내일은 드디어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이제 자유자재로 뒤집기를 한다.
줄곧 누워만 있다가 제 힘으로 엎드려서 세상을 똑바로 보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하지만 그런 걸 느낄 새도 없이 곧 얼굴이 이불에 떨어진다. 뚝 떨어진다. 아직 머리의 무게를 목이 감당하지 못한다.
이마와 코를 바닥에 묻고 비벼대면서 다시 머리를 들어보려 애쓰지만 이내 낑낑대며 짜증을 낸다. 이런 난제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가가서 부드럽게 안아 올려 얼굴을 확인해보면 좀 전에 부빈 이마와 코가 핑크색이다.
가만히 더 들여다본다.
잔디인형 같이 바짝 서 있는 머리카락,
그 아래 완벽한 곡선을 그리는 이마,
꽁꽁 숨겨놓은 내 안의 지저분한 것들을 몽땅 비춰서 보여줄 것 같아 부끄러워지는 순결한 눈동자,
그 사이에 밝게 빛나는 양미간,
자꾸만 냄새 맡고픈 관자놀이,
생을 지속시키는 작고 앙증맞은 콧구멍,
매일매일 봉긋이 부풀어 오르는, 갓 구운 찐빵 같은 새하얀 두 볼,
꼬물거리는 붉은 입술,
한 입에 쏙 들어올 것 같은 동그란 턱,
야들야들한 피부를 조심스럽게 헤집어 봐야 겨우 보이는 목.
어푸어푸
모조리 뽀뽀세례를 퍼붓고 싶은 욕구를 애써 참는다.
처음으로 아기띠를 하고 외출 했다.
전혀 보채지 않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시끌벅적한 바깥세상을 구경했다.
하나씩, 하나씩, 처음 해보는 것들이 늘어난다.
내일은 드디어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151024 [1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