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모든 감정을 환영하고 환대해 주길
몇 달 전 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왔다. 1편에 이어 2편도 큰 인기를 끌었다. 나 역시 눈물을 흘리며 봤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가 이토록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뭘까?
공감과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감동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여기는 부분 (예를 들면 1편에서는 ‘슬픔이’, 2편에선 ‘불안이’) 까지도 포용하고, 이들 또한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짜증, 불안, 분노, 좌절 등의 감정을 ‘나쁜 감정’이라 판단하고, 그런 감정들을 억지로 몰아내거나, 억압하려고 한다. 하지만 추방당하고, 억눌린 감정들은 반드시 더 강력한 에너지로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짜증 내지 말아야지. 짜증내면 안돼. 짜증내면 나쁜 엄마야. 짜증 내지 않을 거야!”
하다가 결국 “뻥!” 하고,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크게 격분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또한 슬픈 감정을 애써 외면하고,
“난 괜찮아.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라고 되뇌었지만, 일상 속 어느 사소한 사건 하나가 트리거가 되어 결국 무너지고, ‘아, 내가 전혀 괜찮지 않았구나.’ 뒤늦게 알아차린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은 가장 먼저 우리 자신에게 파괴적이고,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오늘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스스로에게 파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반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사용하는 방법을 3단계로 이야기해 보겠다.
“부정적 감정들은 나쁜 감정 아닌가? 그런 감정들 때문에 너무 힘든데, 나를 위해 존재한다니!”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자꾸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는 나 자신을 원망했다. 또 그렇게 원망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한숨짓고, 또 한숨짓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여서 좌절하고, 좌절한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아기를 돌볼 때,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늘 밝고,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매일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고, 집도 항상 반짝반짝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라면, 내 안의 ‘사랑이’, ‘기쁨이’, ‘의욕뿜뿜이’, ‘자신만만이’, ‘완벽이’가 열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짜증이’와 ‘버럭이’가 자주 출몰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애꿎은 남편을 책망하고,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불만을 터뜨렸다. 분명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현실은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어 갔다.
여기서 ‘짜증이’와 ‘버럭이’는 나를 괴롭히기 위해 나타났을까? 그렇지 않다. 앞서 열일하던 ‘사랑이’, ‘기쁨이’, ‘의욕뿜뿜이’, ‘자신만만이’가 함께 합세해 ‘나는 좋은 엄마, 완벽한 엄마야.’라는 자아상에 부합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고, 이 과정에서 마음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 것이다. ‘좋은 엄마’, ‘완벽한 엄마’라는 건 환상에 불과하기에 ‘짜증이’와 ‘버럭이’는 이 오류를 경고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건 뭔가 잘못 됐어! 왜 계획한 대로 잘 안 되는 거야? 얜 왜 이렇게 떼를 쓰지? 남편은 도대체 언제 들어오는 거야! 아! 너무 힘들어!”
다소 미성숙한 방식이긴 하지만,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극도의 피로 상태 빠진 나에게 “지금 이대로는 안돼!“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 2>의 ‘불안이’처럼.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의 긍정적 역할을 신뢰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부정적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멈출 수 있게 된다. 단지 현재의 패턴에 어떤 변화를 줘야 한다는 신호로써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그때 내 몸의 감각이 어떤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 내가 또 짜증을 냈네. 난 도대체 왜 이럴까. 이런 내 자신이 정말 싫어!’
이건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질책하고, 비난하는 것이다. (잠깐, 여기서 등장한 ‘좌절이’, 혹은 ‘절망이’ 역시 나를 위해 등장했다는 점을 잊지 말라. 습관적으로 짜증을 내지 않는 더 나은 버전의 나를 위해서.)
짜증의 감정을 알아차렸을 때 그 짜증이 더 뻗어나가 가지를 만들고 스스로에게 더 파괴적인 방식으로 반응하기 전, 잠시 멈춘다. 그리고 느리고 깊은 호흡을 이어나가며 내 숨에 의식을 두고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느껴본다. 가슴 정가운데에서 압박감이 느껴질 수 있다. 어깨에서 긴장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릴 수도 있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는 상태였다는 걸 알아차릴 수도 있다. 이렇게 마음과 연결된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나 환상에 불과한 상념들로부터 벗어나 모든 것이 온전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알아차림’ 단계는 감정을 다스리고, 스스로 원치 않는 모든 불건강한 습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과정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요가와 명상을 하는 근본적 이유 또한, 일상을 명료한 의식으로 깨어서, 습관적으로 반응하는 삶이 아닌,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함이다. 갑자기 ‘요가’, ‘명상’이라니 의아할 수도 있지만, 책 <웰니스를 위한 비니요가>에서 Gary Kraftsow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수준에서 일어나는 조건화의 영향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바로 요가의 목적이다. (중략) 우리는 보통 신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우리 행동이 갖고 있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성질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런 순환을 중단시키고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은 주의를 내면화하는 일이다. 이것이 요가과정의 핵심이자 내가 개인수련(personal practice)이라고 부르는 것의 의미다.
이렇게 마음 챙김 상태,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목격자’, ‘관찰자’, 혹은 ‘참자아’라고 불리는 우리 존재의 핵심이 내면의 복잡한 상태를 고요하고 평온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나를 비롯해서 모두에게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 중에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걸 습관이라고 한다. 마음도 습관에 의해 반응한다.
‘나는 꼭 이럴 때 짜증이 나더라.’
‘그땐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감정적 반응이 습관화되고 패턴화 돼서 거의 반자동적으로 짜증이나 분노가 솟구치는 건데, 많은 경우 이런 감정을 유발한 상대방이나 상황에 그 원인을 돌리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단계에서 잠깐 멈추고, 현재 짜증이 올라올 때의 내 마음 상태, 몸의 감각, 스치는 생각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가능해지면 그 순간 늘 그랬던 것처럼 감정을 표출하기보다, 현재 상황에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혼자서 너무 과도하게 집안일을 하느라 과부하가 온 상태라면 일주일에 청소기 돌리는 횟수를 과감하게 줄이고 휴식을 취한다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을 줄이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불안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부분 또한 마음의 습관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아, 내가 이런 부분에서 불안함, 불편함을 느끼는구나.’ 있는 그대로 알아주고, 평소와 조금 다르게 선택하면서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면 내 마음 안팎이 이전보다 나아지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신호를 보내준 부정적 감정에게 고마운 마음까지도 들 수 있다.
당신이 영혼으로 일할 때, 당신 안에 기쁨의 강이 흐른다.
달리 일하면 그 느낌은 사라진다.
당신이 가고 싶어 하는 장소를 가겠다고 주장하지 말라.
샘에게 길을 물어라.
당신의 살아 있는 조각들이 조화를 이룰 것이다.
-젤랄루딘 루미-
톰 홈즈, 로리 홈즈는 <소인격체 클리닉>이라는 책에서 위 시를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이 기쁨의 강은 참자아로 살아가는 삶의 특징인 평화로운 행복이 충만한 느낌이다. 이 느낌은 우리의 슬픔, 분노 혹은 두려움을 배제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러한 부분들을 보듬으면서 그들로 하여금 우리 삶에서 자연스럽고 균형 잡힌 위치를 찾도록 해줄 때 기쁨은 솟아오른다.
당신의 모든 감정을 환영하고 환대해 주길 바란다.
도움 되는 대목에 귀를 기울이고,
나머지는 무시하세요.
-앨리스 워커-
당신만의 육아 방식을 존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