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로의 초대
“AI가 시를 포함해 인간의 예술 활동에 낯선 흔적을 만든다면, AI가 마스터피스를 완성해서가 아니라, AI가 인간과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나타나는 새로운 관계, 말, 논리, 감정, 체험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입증된 것은 많지 않다. 그러니 AI라는 문학 기계가 인간과 더불어 발명할 언어의 정체와 가능성을 밝히려면 직접 실험하는 수밖에 없다. 설령 실패할지라도.”
권보연 <AI와 시 조각하기‘에서 내가 만난 언어들> <<포지션>> 2023년 봄호에서
예술은 ‘인간적’인 영역의 보루처럼 보이고, 그래서 “AI가 소설도 쓴다”는 말은 인간의 마지막 영역이 침해됐다는 불길한 느낌을 줍니다. “작가가 AI를 활용해서 소설을 쓴다”고 하면 마치 표절이나 태업을 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듭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AI가 아니라 시대변화를 아직 체화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무감각일지 모릅니다. 근대화 이후 당연시 여겨지던 온갖 관습이 전방위에서 해체되고 확장되는 징후가 꿈틀대는 시대입니다. 예술-글쓰기-소설-작가에 대한 전통적 개념 또한 해체/확장되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겠죠.
소설은 어떨까요? 소설은 어떻게 변할까요? 골방에 틀어박혀 피와 땀을 짜내어 글을 쓰고, 오직 그 결과물로 대중과 소통하던 “대작가”의 영역은 이미 잊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작가이며 모두가 예술인인 시대입니다. 우리는 더 역동적으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의 생각들을 전개시키며, 그 관계와 전개과정 자체를 통해 영감을 얻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는 다소 버거울 정도로 바쁘게 변화의 흐름을 탐색해야 할 것입니다. AI라는 새로운 ‘작가’도 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AI는 기술적 최전선이기도 하지만 창조적 세계의 최전선입니다. 예술은 경계와 최전선을 향해 먼저 달려 나가려는 본성이 있지요. 우리 시대에 AI는 밖으로도 안으로도 경계를 넓히는데 필수적인 도구이자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달걀머리에서는 4회에 걸쳐 AI와의 미팅을 제안합니다. 첫 수요일에는 AI로 시를 쓰며 그 과정을 공개적으로 공연하면서 AI라는 글쓰기 기계와 인간의 협업을 연구해 온 권보연 교수가 <AI시대의 저작권과 저자권>에 대해 강의합니다. 두 번째~네 번째 수요일에는 에세이스트이자 다양성 강사이자 번역가, 영어강사 등으로 활약해 오신 조이스 박 선생님이 <AI를 활용한 소설 쓰기 실전>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 수업에 “소설 쓰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우리 시대에 어떤 형태로든 창작을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누구나 도움이 될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새로운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수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탐색을 심화해 나가려면 다양한 분들의 의견과 토론이 필수적일 테니까요.
좀 더 자세한 정보와 신청 방법은 달걀머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6월 26일에 반갑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