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벽이 문이 될 때까지 벽 앞에 서 있었다
벽 속의 모든 문이 열릴 때까지
당신의 벽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나에게 문은 항상 벽이었으나 울지는 않았다
벽 속에는 항상 문이 있었으나
벽을 바라볼 때 마다 문은 보이지 않고
왜 겨울비만 내렸는지
벽에 십자가를 걸어둘 때도 있었다
벽에 걸어둔 십자가를 누가 훔쳐간 적도 있었다
당신은 벽 속의 문을 닫은 적이 없는데
벽에 다다르기만 하면 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언제나 열려 있는 당신의 문을
내가 장작 닫은 줄 모르고
평생 당신의 벽 앞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 정 호 승 -
어김없이 아픔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오후 7시경 전화로 다급한 목소리가 왔고
올라가 보니 한 친구가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었습니다.
같이 생활하던 친구랑 싸웠는데
그 불똥이 또 다른 아이에게 튀었고,
결국 그 불똥이 튄 친구와 한바탕 싸움을
벌였습니다.
분노에 가득 차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 상황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친구는 무조건 내가 가서 때리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때리겠다.
내가 그 어떤 징계를 받더라도
때리겠다.
이 말만 계속하였습니다.
아이에게는 도대체 어떤 아픔이 있었길네
그렇게 밖에 말 할 수 없었을까요?
마음이 미어져 왔습니다.
아이를 진정 시키고
올라가니
이번엔 또 다른 친구가
분노에 가득 찬 채 험악한
말을 쏟아 붓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 따라오더니
저랑 같이 가겠다고 막무가내로
이동하였습니다.
힘으로 제압할려면 할 수 있겠지만
그 친구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여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현관 문턱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기 시작하였습니다.
조용히 옆에 가서 많이 힘들지?
물어보았습니다.
많은 험한 말들이 또 터져나왔습니다.
묵묵히 듣고
문턱옆에 같이 앉았습니다.
아무런 대화도 없었지만
무언의 말들이 오간 것 같습니다.
쌀쌀한 공기가 느껴져
매고 있던 목도리를 아이에게
씌워주니
아이가
"이제 올라가요"라고 말하였습니다.
아이들과 만나며 많은 벽들에 부딪칩니다.
그리고 그 벽에는 작은 문들이 늘 하나씩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제가 그 문을 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문 앞에서 조용히 기다리기로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