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점심 모임을 갖고 돌아오면서
짬짬이 시간
돌아오는 길에 들러 본 집이 좋았고
만난 사람은 더 좋았다
혼자서 오래 산 사람
오래 살았지만 외로움을 잘 챙겼고
그러므로 따뜻함을 잃지 않은 사람
마주 앉아 마신 향기로운 차가 좋았고
서로 웃으며 나눈 이야기는 더욱 좋았다
우리네 일생도 그렇게
끝자락이 더 좋았다고 향기로웠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 나 태 주 -
사람들과 만나면 흔히 식사나 차를 마신다. 그렇게 먹고 마시다 보니 요즘은 커피가 좋아졌다. 커피가 원래는 약제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제쳐 놓더라도 정신을 차리게 하는 음료로 커피가 좋아졌다. 그러나 가장 기분 좋은 커피는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마시는 커피겠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 어느 정도 진심과 요령을 만들어 대화를 꾸려 나간다. 그러나 간혹 마음과 마음이 닿아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밤이 깊어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이도 많지만, 아직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며 살아온 거다. 운이 좋아 대게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왔다. 그러나 가끔은 원치 않는 자리에 가서 원하지 않는 대화로 지쳐,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도 든다.
그래서 지금도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꾼다.
'공자(孔子)는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향기를 맡지 못하니, 그 향기에 동화되기 때문이다(子曰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선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절인 생선가게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 못하니, 또한 그 냄새에 동화되기 때문이다(與不善人居 如入鮑魚之肆 久而不聞其臭 亦與之化矣). 붉은 주사를 가지고 있으면 붉어지고, 검은 옻을 가지고 있으면 검어지게 되니, 군자는 반드시 함께 있는 자를 삼가야 한다(丹之所藏者赤 漆之所藏者黑 是以 君子必愼其所與處者焉)"라고 말하였다.'
그 만남이 부부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지만 친구, 스승, 제자, 동생, 형님... 그 어떤 형태가 되어도 좋다. 행복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작은 사건들로 만들어지는 것이니... 아직 지란지교를 찾지 못한 것이 나의 부족함떄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