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필 날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내게도

꽃필 날 있을까?

그렇게 묻지 마라


언제든 꽃은 핀다


문제는

가슴의 뜨거움이고

그리움, 기다림이다.


- 나 태 주 -


오늘은 경칩이다. 봄이 깨어 난다. 아직 만목황량해 보이지만, 땅 속에선 작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가슴 속 눈발치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학교 밖 청소년이다.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조사한 학업중단 청소년 실태보고에선 학교 밖 청소년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한다. 나이가 삼십이 지난 나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이렇게 큰 데, 아이들은 더하면 더 하지 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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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에 다녀온 친구들은 그 걱정이 크다. 사회에서 보내는 싸늘한 시선 때문에 스스로 낙인을 찍어버리거나, 난 안될꺼야며 자포자기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머리가 좋고, 감각 좋은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에게 칭찬을 하면 열에 아홉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정하는 말을 받아본 기억이 잘 없기 때문이다.


직장쌤과 이야기를 하다 아침을 먹는 아이들은 인성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왜 그런지 물어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 밥을 먹이는 부모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통해 정서적 만족을 채워주는 데, 급하다고 애들 좋아하는 초코파이를 먹이는 부모는 아이와 정서적 교류가 없어 아이들이 폭력성향을 나타내요


다 수용할 순 없겠지만, 일리 있다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와 함께식사를 한다는 것만으로 만족감과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을 들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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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상 부모의 문제 없이 비행에 빠지는 아이는 없다.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 아동은 없다는 말이다. 아동폭력도 문제지만, 일관성 없는 부모도 문제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신경회로가 고장나 버린다. 그래서 아이는 상황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부모는 기다리는 존재이다. 아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손을 내밀어 쉽게 문제에서 빠져 나오게 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려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많은 보호자분들이 그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해 쉽게 아이를 망쳐버린다. 나는 너를 이만큼 사랑하는 데 넌 왜 부모 마음을 몰라주느냐 이야기 한다. 쉽게 나온 말일수록 그 말은 아이 가슴에 깊숙히 박혀 옹이를 만든다.


곧 봄이 오고 꽃이 핀다.

봄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에 피는 꽃도 있다. 심지어 겨울에도 꽃은 핀다.

꽃이 피지 않는다고 속상해 하지마시라.

언제든 꽃은 핀다.

다만 그리움과 기다림이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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