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찍는 사진사
얼굴을 보면 그 삶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긴 삶을 살진 않았지만, 내가 만난 청소년을 보면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삶의 무게란 어른이나 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어쩌면 이겨낼 힘이 부족한 아동이 더 힘들 것이다. 오늘 무거운 삶이 나에게 왔다. 앳된 얼굴, 작은 키를 보면 영락없는 아이였다. 놀라운 건 미혼모라는 것이다. 많은 청소년을 만났고 그 안에는 미혼모도 있었다. 초기에는 이야기를 듣고 열 받아 화도 내고 함께 슬퍼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큰 동요 없이 상황을 파악하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망설임 없이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
소녀는 얼마 전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본인의 임신을 알게 되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긴 것이다. 배 속의 작은 아가를 키우고 싶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니?”라는 질문을 던지자, 애 아빠도 알고 있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갓 성인이 되었고 보호자 없이 어두운 쪽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말로는 책임감을 느끼며 무엇을 하려고 한다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없었다. 많은 경우 그랬다. 비관적인 마음이 그냥 생긴 건 아니다. 앞서 만나본 철없는 애 아빠들이 그랬다. 상담을 첫 마디는 “많이 힘들었겠다” 였다. 그렇지 않겠는가. 갑자기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는 데 도움을 청할 수 없다면. 누구도 자신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을까. 소녀의 아버지도, 배 속 아기 아버지도. 그 누구도 이 어린 소녀의 보호자가 되지 못했다.
“먼저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 보자”. “그리고 매일 센터에 방문 하면 좋겠어”라고 이야기를 한 후 정리하고 상담을 마쳤다.
아이가 간 후 혼자 생각에 잠겼다. 결혼적령기에 있는 나 역시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느 정도 두렵다. 생명을 선물 받았다는 것은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책임을 진다는 것은 만만치 않는 것이다. 삶의 무게가 가끔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어른들은 말한다. 나이가 들면 더 힘들다고. 청소년은 아무런 걱정도 없이 게임만 하고, 놀기만 한다고. 이런 어른인 척 하는 사람의 말이 아이를 병들게 한다. 대한민국 청소년 자살률 1위가 무엇을 말하겠는 가. 아이들 어깨에 우리가 상상 할 수 없는 중력의 무게가 올려져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살아갈 것이고, 이겨 낼 것이고, 사랑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