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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미야자와 겐지)

모두에게 바보라고 불리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네

by 동동이

비에도 지지 않고

비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도 없고

절대로 화내지 않으며

언제나 조용히 미소 짓네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이익을 따지지 않고

바르게 보고 듣고 이해하고

그리고 잊지 않네

들판의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이엉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찾아가 돌봐주고

서쪽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볏단을 대신 져 주고

남쪽에 죽어 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보듬어 주고

북쪽에 다툼과 분쟁이 있으면

허망할 뿐이니 그만두라 말리고

가물 때에는 눈물을 흘리고

냉해 든 여름에는 허둥대며

모두에게 바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근심도 주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네


모두에게 바보라고 불리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네


갑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대입니다. 명문대학, 대기업, 임원.. 내가 있는 곳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나는 그래서 행복한가?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봉투 접기, 물건 쌓기 등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달인의 경지에 오른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 사람들이 다수가 행복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을의 위치에 있을 때 상대방을 배려하게 됩니다. 더 많이 들어주고, 먼저 나서서 일을 합니다.

그 상황을 넘어서 섬김의 자세로 살아갈 때 우린 진정한 을이 될 것입니다.


2019년 여러분은 행복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셨습니까?

나를 위해 노력하였습니까?

사랑하셨나요?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당신에게 간청하는 바입니다. 부디 질문 그 자체를 사랑하려 노력하십시오. 지금 답변을 찾으려 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당신이 답변을 얻지 못하는 까닭은 당신이 그 '답변'에 따라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질문'에 따라 '살기'바랍니다. 그러면 당신은 언젠가 먼 훗날에 살아가다가 답변과 마주할 날이 올 것입니다.
- 마이너 마리아 릴케「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지난 한 해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남과는 다른 스펙을 쌓기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그 결과 자격증을 취득했고, 돈도 모았습니다. 그렇지만 행복하진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고, 바쁘게 산다고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2020년 나에게 질문을 해봅니다.


나는 행복한가?,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 사랑하고 있는 가?


이 질문이 바보 같다면, 전 모두에게 바보라고 불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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