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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by 동동이

11월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 나 태 주 -


까무룩 11월이 지나가고 있다. 소설을 보며, 결혼을 준비하며, 직장상사와 다투며 나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중이다. 0과 1로 시간을 알리는 디지털 시계 처럼 단조로운 삶도 조금씩 지나가고 있다. 마땅한 글감이 생각나지 않아 11월에 관한 개인적 생각을 끄쩍여 본다. 11월은 가을과 겨울 그 어느 지점인 듯하다. 맨살을 허용하기엔 바람이 차고, 온기를 감싸고 있기엔 살짝 더운 11월. 마지막을 장식하지도 못하고, 새로움을 담아내지도 못하는 11월이라는 시간 속에 오늘 내가 있다.


11월의 꽃은 시클라멘이라고 한다. 겉보기에는 약하고 가냘픈 존재지만 추위를 이겨내는 외유내강을 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시클라멘은 '봄의 여신'이었다. 시클라멘은 꽃들이 피는 시기를 조절하고 꽃과 함께 살아갔다. 어느 날 한 목동에게 반한 시클라멘은 그 목동을 보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목동이 겨울에 꽃이 피지 않아 양에게 먹일 꽃이 없어서 시무룩해한다는 것을 알고 모든 꽃들을 피우게 했다. 목동은 양들에게 꽃을 먹이는 것을 좋아할 뿐 시클라멘을 좋아하진 않았다. 이에 실망한 시클라멘은 옷을 벗어던지면서 하늘로 올라갔는 데 그 옷이 땅에 떨어지면서 꽃이 되었다고 한다. 그 꽃을 사람들은 여신의 이름을 딴 시클라멘(Cyclamen)이라고 불렀다. (다음 블로그 종소리_11월의꽃)


목동이 겨울에 꽃이 피지 않아 시무룩해한 것처럼, 코로나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금 어느 여신의 도움이 필요할 거 같다. 점점 많아지는 확진자, 멈출 줄 모르는 부동산 가격, 몸도 맘도 얼어붙는 이 시기에 어쩌면 우리를 위해 꽃을 피워줄 여신이 나타난다면 좋겠다. 도 힘들다면 내가 여신이 되어 그대를 사랑해준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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