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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저녁 나는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 한 강 -


고즈넉한 저녁에 글을 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있었다. 말썽쟁이 두 딸은 사랑스럽고 엄마는 장난끼가 많아 인스타에 가끔 "좋아요"를 누르며 유쾌함을 즐겼다. 영원할 것 같던 행복한 가정에 슬픔이 찾아왔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머리 속에 암세포가 나타났다. 병원을 다녀온 후 엄마는 "치료 잘 받아낫거든 사위는 안된다. 내 평생끼고 살꺼다"

그 순간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찰나의 순간에 말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내 가슴을 뚷고 지나갔다. 그 후에도 난 밥을 먹는다. 그리고 또 밥을 먹을 것이다. 살아가는 이는 밥을 먹어야지. 그게 눈물의 밥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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