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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계산기가 박혀 삶을 셈한다.

시 읽어 주는 동동이

by 동동이

19, 870원


값이 싼 행복은 불안하지 않다.

동네 분식집 떡볶이는 맛있고 편하다. 생각나면 또 먹으면 되니까.


그 레스토랑 채끝 스테이크는, 맛있게 먹으면서도 궁상맞아졌다. 이번 주는 라면으로 버텨야지 생각했다. 음료추가는 생각 못 해서 지출이 커졌거든.


마음에 계산기가 박혀 삶을 셈한다.


수입산 삼겹살이 세일하길래, 한 팩 집었다가 다시 놓았다. 백 원짜리 단위에도 행복이 흔들리던 때가 종종, 아니 자주 있었다.


-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만 오늘 밤은 어떡하나요(연정) 19,870원 -


"하루 식비가 얼마쯤 나가요?", 누군가 질문하였다. 많으면 1만원? 적을 땐 5천원?

생각해보니 대학시절, 내 식비는 5천원 정도였다. 구내식당 정식이 2,300원쯤이었으니, 점심과 저녁, 차비까지 생각하면 항상 식비는 부족했다. 어쩌다 주말 약속이라도 있으면 그 돈마저 아껴 써야 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자주 먹던 것이 김밥이었다. 그땐 참치김밥 먹는 것이 사치를 부리는 정도였다.


누군가는 김밥에 김, 밥, 채소, 햄들이 있으니 영양적인 식사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김밥만 먹다가 면역력이 약해져 대상포진에 걸린 나로선 동의하기 어렵다. 보통 대상포진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 데 20대의 젊은 대학생이 김밥만 먹다가 대상포진에 걸렸으니, 분명 김밥이 좋진 않았을 것이다.


유퀴즈에 출연한 행복 베이커리 사장님은 "어릴 때 힘들게 살아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이 나처럼 배고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빵 봉사를 시작했다"며 매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빵과 요구르트를 제공해주셨다. 이야기를 듣는 데 발끝에서 찌릿한 통증 때문에 눈물에 맺혔다. 본인 자신이 배고픔을 알았기에,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빵을 제공한다는 게 작은 공명을 만들었다.


유년시절부터 몇 년 전까지 먹고 싶은 걸 먹는다는 건 나에겐 사치였다. 될 수 있는 한 회사 또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를 찾았다. 어느 정도 경제적 어려움이 없어진 뒤 이젠 먹고 싶은 것을 종종(?)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도 밥 한 끼에 만원 이상 쓰는 건 신경이 쓰였다. 아직도 내 마음에 계산기가 박혀 삶을 셈 하곤 지만, 다른 이를 돋는 일엔 셈을 하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가의 글처럼 값이 싼 행복은 불안하지 않다. 그 값싸다는 게 숫자로만 이야기할 순 없을 것이다. 일억도 값싼 행복이 될 수 있지만 천원이 비싼 행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바라는 건 내 마음 계산기가 조금 더 따뜻해져 행복 빵집 아저씨처럼 그런 행복을 가지고 살 수 있길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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