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이 Apr 05. 2024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모순_양귀자)

직장인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늘 고민되는 것은 책선정이다. 다른 환경, 다른 가치관, 다른 생활을 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을 고른다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특히 소설은 더 고민이 된다. 

양귀자 작가의 '모순'을 고른 것은 한 줄의 글귀때문이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에 대한 고민은 지속된다. 아마 내가 숨이 멈추는 끝날까지 계속될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런 질문을 머리속에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 글귀가 나에게 와닿았다. 


제목부터 마음에 쏘옥 들었다. 모순이라니. 직관적이고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왜 '모순'이어야만 하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모순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한가지만 이야기 하고 싶다.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다. 한날 한시에 태어났고 똑같은 부모에게 자랐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갈리는 것은 결혼 이후의 모습이다. 한사람은 억척스럽게, 또 한사람은 편안하게 산다. 매일 삶의 전투를 치르는 엄마와 부족할 것 없이 심심한 날을 보내는 이모의 삶은 두 사람의 양극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제목답게 '모순'적인 두 사람을 통해 삶의 양면성을 작가는 보여준다. 


소설을 다 읽고 다시금 내 삶을 비교해본다. 가난한 환경이 나에게는 성실함을 알게 해주었다. 아토피라는 질병은 몸의 상처를 냈지만 내면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소설 속 대사처럼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이런 세상이니, 우린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믿는 것은 오만이다. 그렇지만 우리 생각과 경험을 넘어 답을 찾아내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그러니 우린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너도 이해할 수 있다. 작은 통로조차 허용하지 않는 사람은 막힌 사람이다. 그에게는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조금씩 우리의 세상을 넓혀 나가야 한다. 데미안의 유명한 글을 가져오지 않는다 해도 우린 알을 깨고 나아가야 한다. 


어떤 사람에겐 행복해 보이는 모습도 불행일 수 있고, 세상 모든 사람이 불행하다고 판단하는 저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일 수 있다. 삶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니깐. 


여러분은 삶이 우리에게 주는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이실건가요?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感)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임에 틀림없으니까.


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켠에서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네가 하는 박사 공부는 그렇게 단순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보는 삶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어.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밖에 위로할 수 없다.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세상의 숨겨진 비밀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몹시 불행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평생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