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이 Jul 09. 2024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그래서 모든 감정은 옳다.

당신이 옳다(정혜신)

얼마 전 인사이드 아웃2가 개봉하였다.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를 아직 못 보았다. 다만 유추하기로 불안이, 부럽이, 당황이, 따분이, 까칠이, 소심이, 기쁨이, 버럭이, 슬픔이 모든 감정은 제각기 필요하다고는 것이 영화에 녹여 있다고 생각했다.


살아가는 것은 감정을 소비하는 일이다. 회사에는 버럭이, 까칠이, 따분이가 주로 활동하고 집에서는 기쁨이, 슬픔이가 활동하곤 한다.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우린 삶을 희노애락으로 표현하곤 한다.

책에서는 적정기술처럼 적정심리학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기술 같은 거 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는다.

공감,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지만, 공감을 잘 사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담 학위를 따고, 관련 자격증을 두루 취득하였지만 여전히 나는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공감의 파워는 이미 현장에서 경험하였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변하게 만드는 지점에는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반응한다. 공감은 자기 존재를 수용해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책에서 ‘너는 옳다’고 한다. 그 감정이 어떠하든 인정해 주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고민이 되었다.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 사람에게도 공감을 해줄 수 있을까? 직장에서 만난 ‘그’와 공감적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까?, 직장상사인 ’그‘와 당신의 감정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누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그 마음에 대해 자세히 묻는 것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라 여긴다. 아니다. 정반대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심각한 내 고통을 드러냈을 때 바로 그 마음과 바로 그 상황에 깊이 주목하고 물어봐 준다면 위로와 치유는 이미 시작된다. -당신이 옳다 p90.-

저자는 우울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울증이라는 이름 붙여 이를 외주화 하였다고 비탄해 했다. 심리학과 임상 등이 산업화되어버리면서 단순히 우울이라는 현상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하고 이를 처방해 나갔다. 부모의 죽음, 배우자의 외도 등 당연히 슬픔과 우울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이를 단순화하여 우울증이라는 변명을 내리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나 역시 내담자를 만날 때 수치와 현상을 보고 매뉴얼대로 해나간 적이 수도 없이 많다. 심리정서평가를 통해 자해 및 자살과 관련 고위험 척도가 나오면 그 마음이 어떠했는지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과 수칙에 맞게 진행해 나가기만 했던 적이 많다. 각 사람마다 그 자해와 자살에 대한 내용이 다를 테지만, 단순화하여 이름만 붙이기만 한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책에선 공감이 기본 되는 조건을 말하였다. 그것은 먼저 나를 지키는 것이었다. 너도 옳지만 내 마음도 옳다는 것이다. 내 감정을 무너트리면서 상대방을 공감하는 것은 감정노동이 되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그렇다. 우린 먼저 내 마음을 지켜야 한다. 나에게 무례한 사람에게 그 감정을 소중히 여길수는 없다. ‘나’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지켜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과의 바운더리를 세우는 일이 지금의 나에겐 중요하다.


다시금 공감과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식에게도, 지인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당신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