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봉된 뼈들을 다시금 생각한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인이라면 가슴속 자부심을 꿈틀거리게 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지 않았을까? 나 역시 그 소식을 듣고 한강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한강이라는 이름을 먼저 안 것은 ’시‘였지만,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본 것이 다였기에 ’작별하지 않는다‘ 책을 구입했다. 교보문고를 통해 책을 구입하였으나, 이주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기다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을 통해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은 아무래도 소설가의 의도 혹은 생각이 스며드는 것이기 때문에 늘 주의하면서 읽게 된다. 역사적 사실을 접어두고서라도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은 티끌 같기에 파블로브의 개처럼 무조건적인 반사를 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광주 5.18 항쟁, 제주 4.3 사건, 여순 사건 등 근현대적인 사건들을 어찌 먹먹한 가슴 없이 알아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다소 긴장하며 책을 펼치게 되었다.
한강의 문체들을 몇 번이나 다시금 보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단어들이 많았다. 아니 처음부터 모르는 단어가 나왔다.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성근이라는 단어를 몰라 처음부터 국어사전을 뒤지며 책을 읽게 되었다. (성근 : 타고난 성질) 소슬한 경계라는 말(소슬: 으스스하고 쓸쓸)같이 나의 문해력이 낮음을 탓할 수밖에 없는 어근과 어미들이 많았다. 그러나 모르면 모르는 데로 알면 아는 데로 읽어보았다.
초입과 중간까지는 한강의 문체로 끌어나가는 것 같았다. 중후반부는 제주 4.3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솔직히 말해 중간부터는 숨소리가 쉬이 쉬이 내뱉을 만큼 몰입감 있게 책을 읽었다. 그리고 옛 제주여행에서 보았던 것들이 겹쳐졌다. 육지사람으로 어찌 제주와 관련한 사건들을 이해하겠냐만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살아갔기에 때문인지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계기로 한국사의 아픈 면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