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봄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생각났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마치 검색창의 커서처럼 깜빡이는 이 문장. 십 년도 더 된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살아난다.
그날은 생활수기 시상식이 있던 날이었다. 처음 가본 시상식장, 나는 어색함을 달고 다녔다. 세미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신사 한 분이 내 옆자리였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지.
그러다 한 여성분이 다가와 그분께 사인을 받아갔다. '아, 유명한 분이신가?' 정도로만 생각했다.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 그제서야 알았다. 그분이 정호승 시인이라는 걸.
묘하지 않은가. 내 수기에 인용했던 '봄길'이라는 시의 작가를 이렇게 만나다니.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이 시는 내 등대 같은 존재였다. 막막한 사례를 만날 때마다,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마다, 이 시구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우리가 만나는 내담자들도 그렇다. 길이 끝난 것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내가 길이 되어주고 싶었다. 아니, 그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시인은 말한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고.
지금도 여전히 이 시구는 내 마음의 푯대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떠올리는 말. 오늘도 누군가의 봄길이 되어보자고. 아니면 최소한, 누군가 봄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어주는 사람이라도 되어보자고.
가끔 SNS에 올라오는 취업 성공 후기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수많은 서류 탈락과 면접 불합격 속에서도 끝없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청년들. 그들이야말로 "스스로 봄길이 되어" 걸어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강물은 흐르다 멈추고, 꽃잎은 흩어져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길을 만들며 걸어간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방법이니까. 그것이 우리가 봄을 만드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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