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 주는 동동이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 장 석 주 -
양말골목을 지나 대로변과 좁은 골목길 중 언제나
골목길을 선택해서 학교를 등교를 하였지요
제가 다닌 학교는 시장 한복판에 학교가 있었습니다.
시장 대로변에는 북쩍대는 사람들이 가득했지만
좁은 골목길에는 고등학교 농구선수들 숙소가 있었고
장국이 팔팔 끊으며 구수한 냄새를 풍겨내곤 했습니다.
커서도 틈틈이 그 길을 따라 시장 구경을 나서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전 시장이 좋았기 때문이죠
특히 이른 아침의 시장과 늦은 밤 시장모습이 좋았습니다.
이른 아침 시장은 장사준비하는 이들의 생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낡은 기름통속에 장작을 넣고 불을 쬐고 있는 사람들,
후후 입김을 불며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늦은 밤 시장의 모습은 또 어떠하고요
온갖 말소리로 가득찼던 시장이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리는
한적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시장은
어수둡한 조명만이 시장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다 핑계인거 같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소녀가 그 시장을 지나야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냥 그 시장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소녀를 만나기 위해 아침부터 그 길을 건넜고
소녀를 만나고 헤어지는 늦은 밤 그 길을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그 시장에서 야시장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보았습니다.
해수욕장 처럼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들 사이에 끼어 야시장을 구경했지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아무생각도 못하고 쫓겨다니듯
구경만 했습니다.
다 마치고 다시 입구에 오니
건너편에 있는 대학병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장 건너편에는 큰 대학병원이 있어요.
불과 10m를 사이로 두고 한곳은 장례식장
한곳은 야시장이 열려 있었습니다.
오늘 따라 왠지 야시장보단
장례식을 가보았어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