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월요일이 싫은 직장인이라면

 월요일에 불행하고 금요일에 행복한 직장인 인가요?

너가 월요일을 맞이하는 직장인의 마음을 알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그들 시선에는 나는 그런거 모른다. 2일 동안의 달콤한 주말 뒤 월요일을 기다리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마음을 잘 모른다. 월요일부터 바쁜 업무를 시작해서 화요일을 어찌어찌 보내고 수요고개를 넘어 금요일만을 기다리다가 퇴근 후 6시간 남짓의 시간을 불태우고 토요일을 뒹굴다가 일요일은 다가오는 월요일을 혐오하면서 보내는 직장인의 삶. '직장인 극공감 주의' 라며 누군가는 귀여운 만화로 누군가는 재미있는 말투로 풀어내는 이야기들, 나는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친구들의 시선으로는.




대학원생에게 일주일은

지금의 나는 요일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지만, 나에게도 요일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원생 시절. 그 누구보다 빡빡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월화수목금금금. 매주 금요일 오전에 있는 랩미팅에서 교수님께 1초라도 덜 혼나기 위해 연구하고 스트레스 받던 시절이다. 월요일 까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주말에도 연구실을 나와 뭐라도 해야 했던 시간이다. 게다가 하루 평균 왕복 3시간이 걸리는 등하교 길이 고되고 스트레스여서 집에 가지 않고 연구실 책상에서 잔 날도 많았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까. 학교에는 층마다 샤워실이 있었다. 운 좋으면 온수도 나왔고, 연구실에는 다이소에서 장만한 샤워 바구니가 항상 있었다.


연구실에서 한창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절


내 인생에서 요일이 없어졌다



조종사, 스튜어디스, 교도관, 간호사, 소방관, 경찰관

모두 스케줄 근무 하는 사람들이다. 매달 회사가 정해주는 날, 회사가 정해주는 시간에 근무하는 사람들. 물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한다. 스케줄 근무를 하다 보면 요일, 명절은 물론이고 낮과 밤 마저 잊고 살게 된다. 나에게 일주일은 월화수목금토일이 아닌 일을 하는 날과 아닌 날로 나뉠 뿐이다. 


햇살이 따뜻한 봄날 공항에 사람이 많은 날이면 오가는 대화 가 있다.


기장님: 요파야 오늘 무슨 날이니? 만석이네?

나: 기장님 오늘부터 연휴래요.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기장님: 그래?

나: 저도 오늘 알았습니다. 흐흐흐

기장님: 끝나고 친구들 만나러 가겠네? 젊음이 좋아.

나: 네 그럼요. (운동하러 가용 흐흐흐)



혼자 보내는 스케줄 근무러의 평일의 흔한 모습


이쯤에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


"그러면 쉬는 날에는 뭐 하세요?"


말투에서 느껴지듯 내가 소개팅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사실 별 다른 건 없다. 남들의 휴일 처럼 충분히 자고 운동하고 시간이 맞다면 친구를 만난다. 다른 점이라면 혼자 노는 시간이 많다는 것. 쉬는 날이 주말이면 거리에 사람이 많겠지만, 평일이라면 동네가 조용하다. 친구를 만나려고 해도 대부분 사무실에 있어서 점심시간에 잠깐 얼굴 보는 정도다. 직장 동료와 놀고 싶어도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혼자 노는 능력이 중요하다. 직장인들의 주말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만 혼자 무언가를 배우러 다닐 수도 있고, 텅 빈 대형카페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 수도 있다. 또 예약하기 힘든 식당에서 평일 런치 할인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이다.


이런 아이스크림도 다 휴일에 먹는 거죠... 평일에는 사람 많아서 힘들어요.


"스케줄 근무하는 사람의 비애(?) 나는 불행한가요? 행복한가요?"


친구들과 늘상 있는 시시콜콜한 대화다.


#1 어느 주말

친구1: 야 이번 주말에 뭐해? 술 한잔 하자.

나: 나 출근이야. 다음에 보자.

친구1: 주말에 출근? 야 너희 회사 극혐이다 진짜.


#2 얼마 뒤, 어느 평일 오후 같은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1: 머하냐? 오늘은 어디 가냐?

나: 아니. 오늘 쉬어

친구1: 야 평일에 쉰다고? 거기 진짜 좋은 직장이다.


#3 다른 친구와의 주말 대화

친구2: 주말인데 오늘도 출근 하니?

나: 응 이따 하지

친구2: 와 오늘은 어디가?

나: 제주

친구: 좋겠다. 나도 제주 가고 싶다. 가서 맛있는거 먹고 와

나: (나 30분 있다가 오는 건데?)


#4 어느 평일

친구3: 오늘 쉬냐?

나: 응 넌 출근??

친구3: 어. 야 좋겠다. 나도 집에서 좀 눕고 싶다.

나: 쉬긴 뭘 쉬어. 나도 비행 갈 준비 해야지.

친구3: 공부를 왜 해? 그냥 가면 되는거 아니야?

나: 응 아니야.

친구3: 너도 참 피곤하게 산다.


스케줄 근무하는 분들이라면,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나와 같은 직종의 선배님들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다. 이런 대화 친구들과 한번 쯤은 주고 받으실 것이다. 친구가 아니더라도 애인이나 썸남/썸녀와 이런 대화는 종종 나누기 마련일 것이다.


대화에서 느껴지지만 행복과 불행이 상대적이다. 남들이 쉴때 일하는 나는 불행하고, 남들이 일할때 쉬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남들이 일할때 같이 일하는 나는 비운의(?) 동지가 된다.


나는 그럼 행복한 직장인일까?

아니면 불행한 직장인일까?


여러분 기억하시죠? 저 추석에 출근했어요. 예쁜 노을 보면서



"행복과 불행은 사실 점 같은 존재"

나는 행복과 불행이 모두 '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말로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행복도 순간적으로 찾아왔다가 지나가고 불행도 잠깐 다녀왔다가 언젠가는 사라지니까. 그걸 증명하는 것이 나는 인스타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스토리.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는 한 사람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출근길의 감정, 하루를 끝낸 퇴근러의 행복한 감정, 주말의 한적한 여유, 그리고 함께한 누군가와의 행복한 순간이 담겨있다.


모든 것이 순간이다.

길게는 15초, 짧게는 카메라의 셔터가 열고 닫히는 만큼의 시간.

직선을 이루는 하나의 점 처럼 흘러가는 일상 속의 한 순간을 올린 것이다.


누군가는 행복한 순간만을 올린다. 누군가는 자랑하고 싶은 순간만을 올린다. 그리고 누군가는 출근의 짜증을 올리기도 한다. 모든 것이 순간이다. 그 순간을 보면서 우리는 생각한다. "철수는 행복하게 살고 있어." "영희는 요즘 힘든가 보네."  


행복한 순간만을 올리는 철수는 항상 행복한 사람이고,

힘든 순간만을 올리는 영희는 항상 피곤한 사람일까?


철수에게도 힘든 순간이 존재한다. 스트레스 받는 순간이 있다. 행복하게 칼퇴한 철수도 사실은 아침에 눈 앞에서 버스를 놓혀 택시를 타야 했을 수도 있고, 눈 앞에서 간절하게 마시고 싶었던 디저트가 품절되었을 수도 있다. 의도치 않게 친구와 말다툼을 해서 의도치 않게 평소에 하지 않았던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영희에게도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 출근길에 신호 운이 좋아서 평소보다 덜 피곤하게 회사를 왔을 수도 있고, 기분이 좋은 동료가 커피를 사줄 수도 있다. 유난히 기분 좋은 과장님이 오늘은 어떤 서류를 올려도 칼같이 결제를 해주는 마법같은 하루도 있다.  


물론, 누군가는 정말 다 올린다. 모든 기분을. 아이가 밥을 잘 먹어서 뿌듯한 감정, 아이가 투정부려서 올라온 짜증, 정치인의 구설구에 올라오는 분노와 비난, 우연히 들은 좋은 노래에 녹아드는 감정, 아이가 낙서한 배우자의 사진에서 올라오는 통쾌함 등등 감정선의 오르내림을 다 기록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고, 누군가는 힘든 순간을 기록한다.

이건 어떤 순간을 바라보고 기록하고 표현하냐의 문제다.

하루 동안 겪는 많은 기분 중에서 어떤 것들을 선택하냐의 문제다.


유난히 흐리고 난기류가 심한 날이 있어요. 사실 그런 날이 구름도 예쁘고 노을이 더 예쁜 날입니다.




"그래서 월요일의 나는 불행한가요? 아니면 행복한가요?"


선택이에요. 요일은 선택할 수 없으니까요. 우리도 잘 알듯 월요일에게는 죄가 없어요. 일주일은 제사상에도 안 등장하시는 옛날 사람들이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로 나눈 7일에 불과합니다. 월요일은 그중 첫째날일 뿐이에요. 처음에는 이름도 없었어요. 첫째날, 둘째날 이런 식으로 불렀습니다. 누군가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이름을 새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요일의 개념이 생긴 것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평일 주말 구분 없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쉬는 생활이었겠죠?


일주일과 요일의 개념이 생기고, 다 같이 쉬는 주말이 생긴 시간.

어쩌면 월요병의 기원도 그쯤이지 않을까 싶어요.


월요일은 죄가 없어요


그래서 월요일의 행복은 선택입니다. 월요일에 힘이 들고 금요일이 유난히 즐거운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기분이에요. 월요일에게는 죄가 없으니까요. 금요일이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냥 한 주의 첫째 날과 다섯째 날일 뿐이에요.


방글라데시는 금요일과 토요일을 쉰다고 해요. 우리가 늦잠을 자고 행복하게 눈 뜨는 일요일이 그들에게는 월요일 같은 날입니다. 그렇다면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일요병에 시달리고 목요일에게 치료받아야 하는 운명일까요? 그것도 아니에요.


저는 누군가가 월요일을 조롱하고 유난히 힘든 날이라고 해도 웃어 넘기고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금요일도 마찬가지 이고요. 그냥 월요일은 내가 며칠 쉬었다가 다시 출근하는 날. 다시 힘내서 일하러 가는 날. 퇴근하고 필라테스를 하러 가는 날. 친구와 진하게 맥주를 마시러 가는 날 등 좋은 기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입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저절로 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노력해야 해요.


힘들어도 스트레스 받아도 행복한 순간을 선택하고 기억하는 노력이

꾸준하게 필요한 일입니다.


월요일은 죄가 없어요.

그러니 우리가 행복하기로 하면 월요일도 행복한 날입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한 주의 중간이라면서, 수요 고개라고도로 부르더라구요.


수요고개를 넘어가는 우리 직장인 분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일주일의 ㅇ째날을 살아가는 독자 분들이

행복한 순간을 많이 선택하고 기억하시기를 바랄게요.


저는 오늘 야간 비행을 하러 떠납니다.

퇴근길을 거슬러 출근 할거에요.

하지만 야경도 보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간에 밤공기를 마시면서 퇴근할거에요.


모두들 행복한 퇴근길과 저녁 맞이하시기를 바랄게요.

작가의 이전글 어떤 부기장의 슬기로운 제주 살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