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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Nov 22. 2016

금주 50일

주당에서 벗어나기

아마 작년 이맘때였을 것이다. 페이스북에 누군가 "1년 금주 후 달라진 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본 후였을 것이다. "피부가 좋아졌다," "진정한 친구가 늘었다," "돈을 아낄 수 있다," 등의 약 10가지의 목록을 제시하면서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는 자기 고백 글이었다. 이 글을 접하는 순간 나는 머릿속에 스파크가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난 반드시 술을 끊어야했다.


그랬다. 고백컨대 나는 술 없이는 못살았다. "주당"은 내 대학교 때 별명이었고 "봉구비어"는 내 아지트였다. 자췻방 냉장고 안에는 온갖 종류의 맥주 캔으로 가득찼으며 혼자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그날 하루의 모든 고민을 녹아버리는 마술의 묘약이었다.


하지만 스트레스 풀려고 마시는 맥주는 되려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금주 선언도 여러번, 이제 아무도 믿지 않았고 가끔 앓는 술병은 의례였다. 나는 "술 하루도 안마시면 안되는" 자기조절능력의 부족에 자괴감을 느꼈다. 설상가상 주변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며 "맥주 한캔정도야" 끊지 못하는 술로 괴로워하는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그 때 우연히 본 페이스북의 금주 후기가 내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그 글 하나가 나로 하여금 작년에 두 달, 즉 정확히 60일 한 모금도 술을 안마시게 만들었다. 회사 회식 때도, 친구들이 술 안마신다고 섭섭한 티를 내도 나는 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술을 안마시기 시작하니깐 세상이 달라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고 이 다시 태어난 기분은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작년 연말이 되자, 회사 그만두면서 마지막 송별회 때는 그래도 눈치상 맥주 한 잔은 마셨다. 그러다가 또 다시 매일 술 마시는 고질적인 습관이 다시 깨어났다. 나는 다시 알코올의 굴레에 허우적거렸고 내 삶에 끌려다니느 신세가 되어버렸다.


작년의 "금주 하면서 느낀 새로움"을 다시 경험하고자 10월 1일 을왕리 바다에서 마신 맥주에 "주당"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그저께 50일째가 되었고, 난 내가 살면서 결정한 수많은 선택 중에 최고의 선택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내 삶이 새로워졌고, 이 느낌을 나 혼자 간직하기 너무 아깝다.


이제부터 금주하면서 달라진 점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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