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에서 '사랑'을 알다

by Aarti 아띠

보슬비는 꽃잎처럼 부스스 떨어져 보이지 않는 빗방울이다.

젖은 땅위에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 저마다 우산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보이지 않는 보슬비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보슬비는 소나기처럼 거세거나 짧지도 않다.

우산 없이 보슬비 속을 무심코 지나가면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가 시간이 조금 흐르면 젖은 내 옷과 머리로 느껴진다. 내 머리 꼭대기부터 발끝까지 투명하고 은은하게 감싼다. 그저 귀여운듯하지만 내 화장이 지워질 만큼

피할 수 없이 강렬하다. 잠시 오지 않는 듯 해서 방심하고 우산을 접으면 이내 젖고 만다.

나는 변덕거리는 보슬비를 피해 실내로 들어왔다. 내 옷은 눅눅해졌고 머리는 부스스해졌다.

손거울 속에 바라본 내 모습은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는 날임을 알려줬다.

하지만 갑작스레 보슬비를 뚫고 온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손에는 수십 개의 꽃봉오리가 어울러진 안개꽃이 들려있었다.


안개꽃을 나에게 쥐어준 채 걸어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보슬비는 비가 아니라 사랑임을 깨달았다.

잘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으며 알게 모르게 스며든다.

집 가는 길에 나는 커피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들렸다.

마치 아이스크림 든 것처럼 안개꽃이 젖을까봐 우산을 꼭 펼쳐들며 구름을 멍하니 쳐다봤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는 목소리에 나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나는 당당히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받았다.

손이 모자란 나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아르바이트생을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커피를 받는 순간 놓쳐버렸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보슬비는 이날 밤새 내렸다.

아니다.

사랑이 내 마음에 밤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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