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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Dec 02. 2016

금주 2달 째

거절하는 법을 배우다

금주를 선언하면 보통 3가지 반응이 나온다.


첫째는 날 의심한다. 당연히 이 금주 다짐은 오래 안갈 것이라며 콧방귀를 낀다. 나의 끈기를 못 믿는다는 것에 기분은 상하지만 무시하기로 한다.


둘째 반응은 날 의아해한다. 술 자체 사람들 관계에서 어색함을 풀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때로는 쌓인 피로를 싹 잊게 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걸 왜 절주도 아닌 금주를 고집하냐는 것이다. 난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으면서 말한다. "딱 한달만이라도 금주를 안해봤다면 말도 마."


마지막 반응이 날 가장 곤란하게한다. 바로 술을 권유하는 것이다. 분명 아무리 도수가 낮은 맥주이더라도, 단 한 모금도 안마신다는 나의 '이상한 고집'은 이해할수가 없다는 것이다. 날 이해 못할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날 "재미없게 산다"고 규정하며 연민의 눈빛으로 날 내려다본다. 술을 즐기는 본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청춘 라이프를 즐길 줄 아는 자들이라는 것이다. 연민과 교만의 눈빛으로 나한테 "한잔정도는 괜찮아"라거나 "첫잔정도는 마셔야지~"라고 회유하거나 "분위기에 못맞춘다"며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처음 금주를 시작했을 때는 남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것이 가장 날 고민에 빠뜨리게했다. 모든 술자리를 피할 수도 없고, 어른들이 따라주는 술을 안 받을 수는 없다. 이런 저런 걱정이 많았지만 결국 이건 기우에 불과했다. 그냥 안마시면 되는 것이었다. 그 어느 누구도 내 입을 억지로 벌려 술을 쏟아 붓지 않는다. 내가 안먹겠다고 하면 된다. 술 권유 및 강요를 "나 혼자 손해보면 안되지"라는 이기적인 뜻이 이면에 있다고 믿으면 단호하게 거절이 가능해진다. 그들도 솔직히 알고 있다. 술은 우리에게 이로움보다 해로움 점을 더 준다는 것을.


금주 덕분에 나는 분위기에 맞춰서 하기 싫은것은 안할 수 있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이로써 조금 더 주체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술 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나의 결정도 옆을 돌아보지 않고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긴 것 같다. 


이것이 '금주'가 내게 준 가장 귀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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