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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Dec 02. 2019

[책]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나의 비건니즘을 강화하는 책

우리 할머니는 5년 전, 간병 받다가 돌아가셨다. 우리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지금 치매 정도가 매우 심하며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심장병, 고혈압, 당뇨와 같은 병과 치매가 찾아오는 현상은 당연한 걸까. 우리 인생 마지막 그 순간까지 밀도있고 기운넘치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사람이 나이 들면 아픈 게 정상이라고들 한다. 우리 부모님도 쉽게 감기 걸리거나, 피곤하거나, 자꾸 잊어먹는 건방증을 나이 때문이라고 씁쓸해한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는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의 저자 스티븐 건드리 박사는 질병은 노화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고 희망을 준다. 매일 나의 삶의 방식을 바꾸면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고 하며 구체적인 근거와 방법을 제시해준다.

사실 건강 관련 서적은 정말 많다. 밀가루, 포화지방, 커피, 술, 고기, 우유, 등 항상 좋고 나쁘고의 온상에 오르는 주인공이다. 난 반년 전부터 비건식을 시작하면서 좋은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며 동물성 식품과 유제품의 해를 공부하기 시작하여 관련 서적(「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왜 고기를 안먹기로 한 거야?」 등) 과 다큐멘터리(<What the Health>, <The Game Changers>)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반대 의견을 내는 정보를 알게 모르게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탄고지가 좋다는 사람의 이야기나, 케토(keto)제닉식이나 팔레오식이 좋다는 근거를 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피하고 있다.


그래도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나의 주장을 강화시켜서 참 다행이다.

건드리 박사는 건강하게 장수하는 세계 5대 장수촌 '블루존(Blue Zone)'의 사람들을 조사해보니,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보다 무엇을 안먹는지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것은 바로 동물 단백질이다. 동물 단백질을 적게 먹으면 체중도 감소하고 염증 수치도 낮아진다. 동물성 식품의 과다 소비는 노화를 촉진시킨다. 블루존에 있는 사람들은 아주 가끔만 고기를 먹는다. 


이 책은 내가 모르지만 놀라운 사실들을 가르쳐주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신진대사율이 높으면 무조건 좋다라는 나의 인식을 깨주었다. 신진대사율이 높다라는 것은 신진대사가 비효율적이며 연료를 태우기 위해 몸이 쉬지 않고 힘들게 일한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또, 장거리 달리기가 노화를 촉진시킨다(어쩐지 마라톤 선수들은 대체로 조금...노안이더라...). 우리 조상들은 짧은 거리를 (사냥거리를 쫓을 때) 전력 질주하거나 낮은 산을 오르고 내리는 장거리를 걸어다녔다. 실제로 블루존 사람들도 그러한 생활방식을 갖고 있다. 장거리달리기는 근육손실을 일으키고 심장에 무리를 준다. 저자도 그래서 5km이상 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나한테는 희소식이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약 8km 달리기를 즐겼는데, 몸이 아파지면서 달리기를 그만두게 되었던 것이다. 다시 달리기 하기에는 너무 게을러서 조금 죄책감이 있었는데, 오히려 잘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등산이랑 발레를 하며 몸 상태를 개선시키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속의 장내 유익균이 소화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그 세균들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음식만 처리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특정 음식만 소화할 수 있다(p30)"


저자는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보다 우리 장 안에 미생물이 무엇을 소화하느냐에 따라 우리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vagus nerve)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우리는 여태 뇌에서 온몸 장기로 신호를 보낸다고 믿었다. 그러나 장에서 대뇌로 이어지는 신경섬유가 대뇌에서 심장, 폐, 장으로 이어지는 신경섬유보다 아홉 배나 많다(p.180)고 한다. 심지어 메시지를 처리하는 뉴런은 척수보다 장내에 더 많다는 사실이 직감(gut sense)의 표현이 완전히 거짓이 아님을 지지해준다. 예전에 캘리델리(Kelly Deli)의 창업자 캘리 최 회장이 이런말을 했었다: "머리도 마음도 아닌, 배꼽의 소리에 귀 기울어라!" 그냥 경험상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저자는 우리 몸에 이롭거나 해로운 음식들을 나열했다. 그중에 가장 의구심 가는 부분이 현미와 곡물을 포함한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이 중요한데, 거기서 나오는 렉틴이라는 성분이 우리 장을 나쁜 미생물에게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직 와닿지가 않고 이해가 안된다. 더 공부해야할 것 같다. 이 책 다음으로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이라는 책을 읽을 예정이다. 비건 지향이 내 건강을 되찾아주긴 했지만 대강 아는 지식으로 살아가면 안될 것같다. 내 몸과 마음은 내가 지켜야할 것이다.


마침 어제 핸드폰이 고장나면서 현재 24시간 째 핸드폰을 못보고 있다. 덕분에 내 일에 더집중할 수 있었으며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물론 노트북에서도 나오지만). 인공 블루라이트는 우리 생체리듬을 혼동시킬 수 밖에 없다. 해가 진 이후에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해가 진 것 맞나'라고 헷갈리게 되길 마련이며 결국 수면이 방해 될 것이다.


이 책은 주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그 외에 요가, 명상, 좋은 생활습관(친구들을 많이 만들기) 등의 주제도 다룬다.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사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며 나이들면 병원에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기존 사고방식이 깨지게 도와준다.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중 우리 친가 할아버지께서만 '건강하게' 돌아가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분은 소식하셨고, 마르시며, 산책을 좋아하셨다. 고기도 별로 안드셨던걸로 기억한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정말 실제로 맞는 것 같다.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참 가치가 높은 책이다. 다시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어야겠다. 참,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건강한 요리 레세피도 많이 나와있다(채식 식단도 포함!). 차근차근 내 몸, 아니 내 장내 미생물을 위한 식단과 생활습관을 기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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