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피아니스트

River Flows in you

by 아살리아
여기에 쓰여지는 글들은 제시해주는 음악을 틀어 놓고 봐야 합니다. 그러면 온전히 글 속으로 더 빠져들 수 있어요.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음악을 알고 있다면, 눈을 감고 잠시 그 음악을 마음속으로 플레이하세요. 자. 이제 음악이 준비되었나요?





#사운드 오브 브런치 제 3화 - 프라하의 피아니스트

#준비할 음악: River Flows in You by Yiruma (Vocal. Ruvin)



음악을 플레이하세요.



너를 위한 길이 하나 있다면

그건 지금 바로 너 안에 있어

그렇게 더 견뎌낼 수 있다면

이곳에 너의 모든 걸 맡겨봐


Holding you holding you

It's in you river flows in you


천천히 더 천천히

네 맘속엔 강은 흐르고


...










그녀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내가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장님은 내게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이라며 예쁘장하게 생긴 그녀를 소개했다. 장사는 잘 되지 않는 곳이었다. 손님이라고는 몇몇의 단골과 사장님의 남자친구뿐이었다. 간혹, 비행기 기장이었던 사장님의 남자친구가 그의 잘 나가는 친구들을 잔뜩 데려와 매상을 올려주고 가곤 했다. 손님이 없을수록 새로운 아르바이트생과 나는 돈독해져 갔다.


"Holding you holding you, it's in you river flows in you~"

"무슨 음악이야?"


어느 날인가, 텅 빈 가게 안에 그녀와 나만 남아 있었을 때, (사장님은 그녀가 온 뒤로는 모든 것을 내게 맡기고 가게에 잘 붙어 있질 않았다. ) 이 가사를 흥얼거렸다. 무슨 음악이냐고 묻는 내 물음에 잽싸게 카운터로 달려가, 방금 그녀가 흥얼거렸던 음악을 찾아 플레이했다. 원곡은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루빈이라는 보컬리스트가 가사를 입혀 더 많은 잔상이 남는 곡이었다.


"천천히 더 천천히 네 맘속엔 강은 흐르고"


그날 이후로 우린 이 음악을 매일 함께 들었고, 매일 함께 흥얼거렸다.




"프라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지 27시간이 지난 뒤 최종 목적지 프라하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광저우 공항에서의 고단한 노숙과 마지막 경유지 암스테르담에서의 환승의 피로가 밀려오자 기분이 완전 축 쳐져 있었다. 처음 프라하 공항 입구 게이트 위에 적힌 또렷한 한글 문구가 보이는 순간, 별거 아닌 것에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주말은 늘 늦잠을 자고 평일엔 늘 늦잠을 꿈꾸는 아침 잠이 많고 게으른 사람이지만, 프라하에 머문 동안은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났었던 거 같다.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아침 일찍 숙소에서 프라하 기차역까지 달렸다. 여행 중에는 늘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좀 더 멋있는 인간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일 년에 단 한 번뿐일지라도 말이다.


일곱 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동유럽. 첫 도시, 프라하. 예술로 무장한 오래된 과거의 도시. 전 세계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가장 싸게 즐길 수 있는 곳. 따뜻한 와인에 레몬 동동. 물보다 싼 맥주. 까를교 위의 행복한 사람들. 내가 기억하는 프라하다.




"헤어졌어요."


다시 너무 보고 싶어 그의 집을 찾아갔단다. 와락 그를 안고선 매달렸지만 그의 두 팔이 그녀를 더 이상 감싸 안지 않는 것으로 그녀는 정말 그와의 헤어짐을 실감했다고 했다. 누구나 이별은 힘들다. 그것이 처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뒤늦게 연애를 시작했던 예쁘장하게 생긴 그녀도 결국 이별을 경험했다. 예쁜 애도 차인다. 너만 헤어져서 슬픈 건 없다. 우린 모두 자기만의 개새끼와 썅년이 있지 않은가.


끝내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던 그녀는 내가 다독여주자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나는 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Holding you holding you,

it's in you river flows in you~"





프라하의 마지막 날 길거리에서 마주친 피아니스트의 연주곡을 기억한다. 그는 말머리 모양의 얼굴 전체를 감싸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무심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좀처럼 신경쓰지 않았다. 심하게 자신만의 연주에 심취하여 말머리를 좌우로 길게 흔들어 댔다.



Holding you holding you

It's in you river flows in you


천천히 더 천천히

네 맘속엔 강은 흐르고


나는 여기 이 프라하 길거리 한 복판에서,

말머리 가면을 뒤집어 쓴 낯선 피아니스트로부터

지난 그녀를 떠올렸다.




어떤 인상적인 순간에 들은 음악은 후에 다시 그 음악을 들었을 때 과거를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이 음악의 힘이라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프라하에 머물 때,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또 이 곡을 연주하고 있길...








그녀와는 연락이 끊겼다.

원하던 배우의 꿈을 이뤘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한 건,

새로운 사랑을 만났을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적는 저와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보게 될 분들과의 소통과 공감의 연결고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자. 이제 플레이를 멈추세요. 저의 사운드 오브 브런치 3화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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