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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Jul 23. 2023

오픈카가 아니면 어때

「괌 여행기-Ep.08」 괌 남부 여행기

괌은 길이 약 19km, 폭 약 9km의 대각선으로 길쭉한 모양의 섬이고 면적은 549 km²로 제주도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크기이다. 서울의 면적이 605.2 km²이라고 하니 서울과 비슷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괌에서는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항에서도 입국 수속을 부지런히 마치고 나와야 한다. 렌터카 업체 앞에 줄이 제법 길기 때문이다. 괌에서 차량을 많이 빌리는 이유는 우선, 국제 면허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괌에서 렌터카를 이용할 시에는 한국 운전면허증으로 렌터카 이용이 가능하다. 또, 기름값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한국보다 조금 저렴한 편인 데다가 괌 자체가 작기 때문에 주유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는다. 나와 친구들도 차량 렌트를 했다. 주변에서는 컨버터블을 빌리라고 바람을 넣었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가장 저렴한 은색 닛산 자동차를 선택했다.  


렌터카도 한 김에 괌 남부 투어를 가기로 했다. 처음에 친구들이 '남부투어를 가자.'라고 했을 때는 대단한 계획을 세운다고 생각했었는데 몇 번의 정보 검색만으로도 금방 끝날 만큼 간단한 코스였다. 남부 투어라고 해봤자 딱히 정해진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닌 괌 남부에 있는 5~6개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거라서 하루쯤 날을 잡아 렌터카로 자유롭게 돌아보기 충분한 정도. 운전대는 K가 잡았다. 평소에도 운전이 취미인 그녀이기에 우리 모두 부담 없이 탑승했다.


괌 남부 여행 가는 길. 날씨가 좋았다.
에메랄드 밸리 Emerald Valley

처음 도착한 곳은 에메랄드 밸리 Emerald Valley. 괌 남부 투어의 시작은 거의 에메랄드 벨리에서부터 시작한다. 한국인들이 용하는 호텔들이 많은 타무닝 시내에서 남쪽 방향으로 약 16km 내려가면 있는 비교적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개천같이 생긴 하구인데 사람들이 많아서 정차하기 전부터 이곳이 에메랄드 밸리인 줄 알 수 있었다. 사실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보고 어느 정도는 '필터 빨'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카메라 필터 없이도 아름답고 영롱한 에메랄드 물빛을 볼 수 있다. 다만 길이 몹시 좁아서 앞뒤로 오는 관광객을 피해 사진을 찍는 건 쉽지 않았다.


에메랄드 밸리의 아름다운 물빛


솔레다드 요새 Fuerte Nuestra Señora de la Soledad

 

솔레다드 요새고독한 숙녀라는 뜻이. 괌은 현재 미국령이지만 식민지 역사가 꽤 길다. 1521년 포르투갈 항해사 마젤란이 괌을 발견하고 난 뒤로, 1565년부터 약 300년간 스페인 식민지 간이었다고. 스페인은 괌이 지리적으로 전략의 요충지임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해적 등 외부의 침입자들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우마탁 마을에 4개의 요새를 지었는데, 그중 하나가 솔레다드 요새이다. 모형이 아닌 실제 대포가 3대 놓여있었다.


한적하고 멋진 솔레다드 요새

솔레다드 요새는 한적하고 평화웠다. 곳곳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 엽서처럼 예쁜 우마탁 마을을 내려다보거우마탁 만에서부터 깨끗한 괌의 하늘과 바다까지 천천히 음미하는 여유가 좋았다.



메리조 포구 Merizo Pier


솔레다드 요새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거의 괌의 최남단에 있는 메리조 포구에 도착했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시골스러운 작은 포구(부두)이지만 끈적이는 짠 내가 나지는 않는 산뜻함이 있다. 메리조 포구에서는 길게 드리워진 나무데크 끝에서 찍는 사진이 인기 있다고 해서 친구들과 열심히 찍었다. 파란 물빛 너머로 옥색 물빛이 얹어져 마음이 설렜다.

메리조 포구. 나무데크에서 찍는 사진이 인기있다.


유난히도 파란 하늘에 뭉글뭉글 하얀 구름, 길게 뻗은 길에는 드문드문 차들이 달리고, 달릴수록 빠르게 지나가는 야자수들, 그 너머의 드넓은 바다. 여기에 기분 좋은 음악만 더 해진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드라이빙! 들어본 적은 없지만 대충 분위기가 멋진 팝송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서 틀었다. 어딘가 '있어 보이는' 음악 선정에 다들 감탄하는 건 잠시, 따라 부를 수가 없어서 신이 도통 나질 않는다.

 

"아잇... 딴 거 틀어도 돼?"


따따닷따 따다!!

S는 화려한 도입부의 2000년대 댄스 음악을 재생시켰다. 귀 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같은 추억의 비트에 몸이 들썩인다. 제야 다 같이 흥겹게 리듬을 타는 친구들이 웃겨서 깔깔 웃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분위기를 잔뜩 잡아봐도 결국에는 익숙함에 반응해 버리는 것이 진짜 우리의 모습이었다. 오픈카가 아니면 어때, 이렇게 재미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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