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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Nov 06. 2023

시선을 멀리 두세요

최근에 팀 이동을 했다. 내가 자진해서 옮긴 것은 아니고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일방적으로 이동당했달까. 별안간 맞닥뜨린 변화에 나름대로 적응하느라 혼란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중.


새 팀에서는 새로 배워야 할 일이 많다. 나름 어디 가서 연차로는 지지 않을 입사 N 년 차, 여기에서는 신입사원이 된 것만 같다. 익숙하지 않은 일들은 어색하기만 하고, 머리는 또 왜 이렇게 안 굴러가는지. 새로운 업무가 도무지 입력이 안된다. 이럴 땐 N 년 차인 것이 부끄럽다. 차라리 신입사원 때는 빠릿빠릿하게 잘 배웠던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바보가 되었나.


기존 팀원들은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는데 아직 돌아가는 실정을 파악하지 못한 나는 눈치만 보고 있게 된다. 전부 새로운 일이니 일일이 물어가며 해나가야 하고. 이전 팀에 있을 때는 주도적으로 일하던 나였는데. 이렇게 눈치나 보고 있어야 한다니! 이제 막 합류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한 달? 세 달? 스스로가 답답하기만 하다.




퇴근 후에 필라테스를 다닌다. 필라테스를 하다 보면 나도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생활패턴이 적나라하게 드러다. 한쪽 방향으로만 다리를 꼬는 습관이라던지,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습관 같은 것이 고스란히 몸에 배어서 보여진다. 주로 선생님이 먼저 알아보시고 수업 후에 말씀해 주시곤 하는데, 이를테면 오늘 같은 경우이다.


"OO님, 시선이 전반적으로 너무 아래로 가 있어요. 시선을 멀리 두는 연습을 해오세요."


내가 그렇게 땅바닥을 보고 있었던가! 눈치를 너무 보다 보니 시선을 내리까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거야? 뜨끔하면서도 나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나는 조급함 속에 나를 몰아세우고 기를 죽여서 내 발 밑 만 겨우 쳐다보게 만들었구나.


그래, 멀리 보자. 새 팀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거늘. 시선은 멀리 두고, 고개를 쭉 펴 들고, 우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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