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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Oct 07. 2022

행복은 순간이다

그 어떤 순간에 대하여


토오베(TOVE)라는 티 카페녀왔다.


일월담 홍차와 9, 10월 한정 디저트인 무화과 파르페를 주문했다. 종종 그렇듯 '○○ 한정'에 한 없이 약해져서 시그니처 디저트는 먹어보지 못했다. '한정 메뉴'에 조급함을 느끼고 '시그니처 메뉴'에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마 다음이라는 기회가 있을 것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Good-bye 대신에 See you soon라고 손 흔들 수 있는 그런 믿음.


대만 홍차 중 '일월담'은 처음이었는데 인적 취향으로는 가장 유명한 '동방미인'보다 좋았다. 붉은 수색에 과실 향 짙은 부드러운 단맛 가득이다. 떫고 쓴 맛이 조금도 없이 어여쁜 맛. 낮에는 해의 축복을, 밤에는 달의 보살핌을 받으며 고생 따위는 모르고 귀한 대접만 받아온 공주마마 같달까.


무화과 파르페와 페어링도 좋았다. 파르페는 무화과를 가장 가치 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듯했다. 라즈베리 잼 위에 꾸덕한 밤 크림으로 덮은 후 화과를 올려 피스타치오 바법가루처럼 뿌리는 거다. 보물을 땅 속에 묻고 돌을 하나 얹어 표시를 하듯이, 무화과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마일스톤이 된다.


그냥 요새 나에게 필요했던 다과였다. 그렇게 구김 없는 실크 같은 차와 보석상자 같은 디저트. 나도 그런 귀함을 먹어 귀해지는 기분이라 행복했다. 그런 순간이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닌 순간이다.


그 순간이 스쳐 지나가는 시간, 그 어떤 행복에 대하여. 적어보고 싶어졌다. 지나가는 행복을 붙잡아 글로 박제해둘 수 있다면, 적어도 내가 힘들 때 가이드라인이 되어주지 않을까.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이라니라, 행복할만한 조건이 되어서가 아니라 이 작고 짧은 순간들을 어여쁘게 엮어서 행복한 삶이 되는 거겠지. 그렇다면 불행이라고 느끼는 간들은 되도 줍지 말고 행복의 간들만 잘 골라서 주머니에 넣어야겠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보지 않고 굴려도, 도륵도르륵,  행복한 소리가 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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