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또 덫에 빠질 순간을 기다리며

by 글쓰는메시
화면 캡처 2023-04-15 115601.jpg

이상화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내가 클로이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눈길은 밖으로 열린 화살표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화살표가 붙으면 평범한 선도 객관적인 측정치와 관계없이 길어 보이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갑작스럽고 미묘하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진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의 어떤 모습에 나의 마음이 열렸을까? 그가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인가.


뻥튀기 기계가 쌀을 원래 크기의 수천 배로 만들어 처음의 모습을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리듯 사랑이라는 기계가 내 생각, 상대방의 모습을 극도로 펌프질하여 실체의 원형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는가

"내가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저 여자일까? 그녀의 입, 눈, 얼굴 주위에 형성된 하나의 관념에 불과한 것일까?"

"다른 사람들은 구태여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측면들을 지적하는 데에는 연인의 친밀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낙인이 찍히고, 성격 부여가 되고, 규정될 수밖에 없듯이,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도 우리를 바베큐 꼬치에 꿰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사랑이 내게 주는 깨달음, 지혜는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해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생각 멋대로 나를 낙인찍고 규정하고 나의 모습을 만들지만(그 모습이 정확한 내 모습이 아닐뿐더러) 그것에 대하여 A/S를 해주지는 않는다. 나를 사랑하는 연인은 우리가 서로를 지적하고 정색해도 멀어지지 않을 친밀성, 울타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바라보는 내 모습, 그리고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에 있어 과감없이 얘기해줄 수 있다.


나 또한 상대방의 모습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 다르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은 부분들을 과감없이 얘기할 수 있다. 이런 내·외적인 과정을 통해 결국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지, 나는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충만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연인이라는 근거가 그 사람의 눈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나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정확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될 수는 없지만 이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로서 (실제 내 존재가 5라면) 3이나 6을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다른 사람들이 1이나 8 정도 밖에 도달 못할 때)



끝, 그리고 나에게 남은 것.

"클로이를 사랑하면서 생기는 불안은 내 행복의 원인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집안 언어를 풀어놓았으나 클로이에게는 점점 낯선 것이 되었다. 과거에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들렸던 말이, 갑자기 왜 화를 돋우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낭만적 테러리즘은 자신의 요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그 요구를 부정해버린다."

"나는 좀더 복잡한 교훈을 끌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의 모순들에 부응할 수 있는 교훈, 지혜에 대한 요구를 지혜가 무력해지는 상황과 조화시킬 수 있고, 첫눈에 반하는 것의 어리석음을 그 불가피성과 조화시킬 수 있는 교훈. 사랑은 분석적 정신에 겸손을 가르쳤다. 아이러니로부터 절대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테러리스트가 요구조건을 내걸고 인질을 잡아두었다가 요구조건을 얻으면 인질을 풀어주듯 낭만적 테러리스트가 질투, 삐짐, 상처 등의 인질을 잡아 '나를 사랑해줘!'라는 요구조건을 내건다. 상대방이 인질을 풀어주기 위해 '그래 너를 사랑해'라고 하지만, 낭만적 테러리스트가 요구 조건을 받았냈지만 요구는 해소되지 않는다. 더 이상 그의 사랑해라는 말에 사랑이 없다는 것이 느껴지고 그의 키스가 그저 살갗의 부딪침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벗어날 수 없는 좌절감에 빠진다.


사랑이 갑작스럽고 미묘하게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이별은 천천히 확실하게 다가온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무'지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것의 마무리는 '유'지로 종결된다. 사랑 덕분에, 상대방과 시작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해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 후에, 결국에는 이별을 택한 것이기 때문에, 이별을 되돌리려는 노력은 어렵고 의미없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든다.


사랑이 끝이나고 처음에는 나의 낮은 가치에 절망하고 자괴감을 가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의 오만함, 이기심, 부족함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에는 이런 짓들이 아무 소용없음을 느끼고는 고통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애써 외면하고 모른척하려고 한다. 그렇게 꾸역꾸역 시간이 흐르면 그와 함께 했던 것들, 함께 갔던 장소들이 점점 나, 친구들, 가족들로 대체되기 시작하면서 그 사람은 몇 장의 이미지, 쇼츠로 내 기억속에 남게 된다. 그렇게 뜨겁게 눈물겹게 사랑했던 사람이, 가족보다도 가까웠던 사람이 몇 개의 장면으로만 남아 이제는 나와 다른 사람과의 거리정도 아니면 그보다 더 먼 거리로 떨어져 버린 것이 마음 아프지만 그것은 종료된 이야기이고 그것을 통해 나는 조금 더 배우고 성숙해졌으며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랑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에게 아픔만 남아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생각이 우리를 위로한다.


그 덫은 나를 아프게하고 힘들게하고 죽이려고 했지만, 겨우겨우 벗어났지만 갑자기 내 눈 앞에 다시 나오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다시 물려 들어가는 것이 사랑의 모순이라고 생각을 했다.


또 덫에 빠질 순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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