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안전한 곳은 감옥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우연의 선물을 얻기 위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가는 바로 불확실함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불쾌함을 느끼므로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을 가능하다면 피하려 한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기회를 잃어버린다."
우리는 우연이 겹치면 운명이라고 믿는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생길 수 있지? 이건 운명이야!'
'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너한테 전화가 왔어! 우리 사랑은 역시 운명이야!'
'무당이 물가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빠져 죽을 뻔 했어. 역시 나는 물하고는 멀리 떨어져서 살아야할 운명이야!'
'왜 하필 우리 가족이 이런 일을 당한 거지? 신도 참 무심해!'
그러나 작가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우연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돌발 상황을 기피하도록 짜여진 우리의 유전자는 주어진 정보들을 계속해서 연관 짓게 만들고 인과관계를 구성하도록 만든다. 또, 세상이 점점 복잡하고 정보가 넘쳐날수록 우리가 연관지을 수 있는 단서들이 많이 생겨나기 때문에 서로 상관없는 것들도 긴밀한 관계인 것처럼 짝지어 생각의 틀을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끊임없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다. 내가 내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불안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더 이상 내 힘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면 운명으로 생각해버린다. 그래야 마음의 짐을 덜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을 믿고, 보험을 들고, 하늘을 보며 한탄한다.
"한 번도 비행기를 놓쳐보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공항 대합실에서 허비한 사람이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숨기는 사람들도 있다. 사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새로운 직장을 얻을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수십 년째 같은 직장에서만 근무한다. 비행기를 타다 추락할 확률보다 자동차 사고를 당할 확률이 더 높다. 그럼에도 비행기 타기를 꺼리는 이유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안전함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그러나 완벽히 안전한 곳은 감옥뿐이다.
"우리의 존재 역시 우연 덕분이다. 앞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삶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모든 장면을 이미 알고 있는 영화는 볼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우연이 없는 삶은 죽도록 지루할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고 외면하고 회피하려고 해도 우연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먼저, '우연'이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내가 아무리 대비를 하고 만만의 준비를 해도 우연이라는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염두해두고 있어야한다. 완벽한 계획이란 없다.
다음으로, 복잡한 상황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에 빠지고 주저할수록 문제 상황은 지속되고 점점 커질 확률이 높아진다. 가장 중요한 기준을 세워두고 그것에만 초점을 맞춰 빠르게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로 여행간다고 했을 때 고려 해야할 것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출국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면 내가 해외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계획을 작성해야한다. 내가 아무리 이것 저것 대비해도 막상 타국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계획은 틀어지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큰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작은 단계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한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작은 일부터 처리해나가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경험을 쌓아나가면 다음에 비슷한 문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퇴사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바로 사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퇴사 후 하고 싶은 일들을 알아보고, 다음으로는 그것에 대해 공부를 해보고, 관련된 업무 경험을 쌓고 익숙해지면 퇴사를 결정하는 것이다. 단계를 밟아 준비하는 자세는 우연의 위험함을 줄여줄 것이다.
"우연은 현재에 민감하게 만든다. 현재야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아니던가? 우연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완전히 안전한 곳은 감옥뿐이다. 세상과 단절하고 회피하고 숨어버리면 안전할 수는 있겠지만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우연이라는 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두렵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우연이 주는 가능성 덕분에 우리는 설레는 삶을 살 수 있고 가슴이 뛰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준비하고 즐긴다면 우연은 기회와 가능성이 될 것이지만 피하려 하면 할수록 우연은 불운이 되어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우연을 인정하고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