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너뜨리는
"그리고 내 인생 전체가 훨씬 더 광대하고 전적으로 철회 불가능한 농담(나를 넘어서는)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상, 나 자신의 농담을 아예 없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드비크
루드비크는 마르케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한 농담 때문에 공산당에서 축출되고 대학에서 쫓겨나고 군으로 징집되고 탄광에서 일했으며 그 증오심을 없애지 못하고 삶을 고통에서 견뎌왔다.
자기를 대학교에서 축출하는데 앞장섰던 제마네크를 15년 만에 만나 그의 부인과 불륜을 저질러 복수를 했다고 희열했지만 그에겐 그의 부인 헬레나보다 훨씬 젊고 예쁜 애인이 있었다.
그리고 제마네크는 더 이상 (루드비크와 마찬가지로)공산당을 옹호하지도 않았고 자기가 축출시킨 루드비크에게 불편한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자기가 느낀 고통만큼이나 증오심을 가지고 있었던 루드비크는, 그래서 복수를 실행하고 잠깐이나마 희열했던 루드비크는 세상이 자기한테 하는 '농담'* 때문에 무너졌다.
*네가 15년 넘게 그토록 괴로워한 고통, 복수를 다짐한 증오가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헬레나
헬레나는 복수심으로 다가 온 루드비크의 의도는 모른채 자신의 남편을 대체할 남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도취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진지하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이 없던 루드비크는 역겨움을 느꼈고, 복수에 실패한 루드비크에게 버려졌다. 루드비크의 '농담'과도 같은 행동에 그녀 혼자 사랑이라는 망상에 빠졌으며 결국에는 괴로움에 자살했다.
야로슬라프
민속음악, '왕들의 기마 행렬' 등 민속적이고 집단적인 특성을 지닌 예술을 통해 공산주의를 세상에 퍼뜨릴 수 있다는 루드비크의 말에 악단 생활에 더욱 몰두한 야로슬라프. 그런 그에게 자신의 아들이 '왕들의 기마 행렬'에서 왕의 역할을 맡은 것은 크나큰 영광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는 아들은 말이 아닌 오토바이를 타고 친구와 놀러가버리고 자신이 오랫동안 지켜온 영광, 신념이 부인과 아들의 꾀에 속아넘어갔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의 농담에 쓰러진 순간, 그는 자기가 지켜온 마지막 삶 마저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내 생각을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느낀 것에 있어 열성을 토하기 시작하면 반대 편에 앉아 반박을 하던 사람이 이런식으로 조소한다. '왜 그렇게 진지해?' 그 순간 나의 열변이나 정신은 한없이 가볍게 날아가 버리고 상대방은 나의 진지함을 부끄러움으로 만들어 버린다. 농담 앞에서(그 전까지는 농담인지 아닌지 불분명했지만 반대 사람이 농담이라고 규정한 순간부터)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우리는 바보가 되어버린다. 흔히 얘기하는 진지충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우리가 내뱉은 말이나 행동을(잠깐만 존재하는 것들) 농담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있어서 내가 겪은 고통이나 괴로움에 대해 '세상이 너에게 치는 농담인데 왜 그렇게 힘들어해?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일 아니야?' 라고 우리에게 되묻는다면 과연 우리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진지함을 벗어던지고 세상의 농담에 함께 춤을 출 수 있을까.
농담에 나오는 인물들은 위에서 간단히 정리했 듯 자기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 지켜야할 것, 넘어서야 할 것들이(오랜 시간의 고통, 버림 받은 사랑, 이데올로기) 한순간에 농담처럼 되어버려 좌절을 하게 된다.
"자기 밖에 놓인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지기에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너무도 커다란 수수께끼인 그런 나이, 또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자신의 혼란, 자신의 가치 등을 놀랍게 비추어 주는 움직이는 거울에 불과한 그런 바보 같은 서정적 나이에 대한 분노였다."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진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재 내 모습이나 상황을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뇌하는 것은 스스로의 생각에 갇혀있고 다른 사람을 나와의 관계 속에, 나와 비교를 통해서만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드비크가 루치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 헬레나가 두 남자에게 버림 받은 것, 야로슬로프가 부인과 아들에게 속아 넘어간 것은 모두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타인을 맞추려고 했고, 결국에는 그렇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좌절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식당에서 오랜만에 루드비크와 야로슬로프가 협주하지만 점점 더 시끄럽게 떠드는 젊은이들 때문에 그들은 연주를 계속할지 말지 망설이게 된다. 우리는 진지하게 임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별로 진지하게 우리의 연주를 들어주지 않는다.
"오로지 어떤 행위가 어떤 질서 속에 놓여 있느냐 하는 것만이 그 행위를 좋게도 만들고 나쁘게도 만든다."
내가 노력하고 고뇌하고 준비하는 것이(나의 진지한 자세가)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사는 세상에게는, 지금 이 타이밍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 사실에(맞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너무 꽂히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것, 내 진지함이 농담에게 쓸려가는 것을 보고 창피함을 느끼기 보다는 이번에는 이렇게 흘러가는구나라고(세상이 농담하는구나!)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