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를 읽고

어른이 된다는 것

by 글쓰는메시

쇼코의 미소;

어른이 된다는 것


1. 인상 깊었던 문구들

“가끔씩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오면 받지 않거나 건성으로 받곤 했다. 할아버지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냥 당연히, 원래 그렇게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내 상황이 나아지고 자리를 잡아서 떳떳해져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 -쇼코의 미소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 신짜오, 신짜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서로에게 절대로 상처를 입히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같이 계를 하고 부부 동반 여행을 가고 등산을 했다. 스무 살 그때는 뭘 모르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하면서. “ -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중략)... 가장 한심한 생각은 내가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다면 현재에도 한지와 잘 지낼 수 있었을까 하는 망상이었다.” - 한지와 영주


“언제나처럼 시간은 흘렀고, 마음의 통증도 무뎌졌다. 그 일에 대해서 화를 내고 눈물을 짓던 손님들도 더 이상 그 일을 언급하지 않았고, 어떤 손님들은 도리어 이 일을 빨리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피로를 토로했다.” - 미카엘라


2. 그리고 내 생각

;스무 살의 나를 떠올려보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돈도 없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도 없었고 인간 관계도 잘 못했었던 것 같다. 다만 매시간(always) 즐거웠고 활기찼고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솔직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있는 티, 없는 티 다 표현하면서 내가 가진 감정을 하루하루 다 써냈다. 그때는 주변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랬다. 그래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돌이켜보면 돌아갈 수 없는 순수했던, 귀여웠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감정을 다 소비하는 것이 가끔은 서로에게 무분별한 상처를 주었고, 그 상처를 견디기 힘들었던 우리는 점점 감정을 다 내보이지 않고, 다 받아들이지도 않고 ‘진심’이라는 것에 조심스러워졌던 것 같다.


내 감정을 다 내보였는데 생각보다 무심하거나 공감을 못해주는,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내가 감정 내보이는 것을 불편해하는),

반대로 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불쑥 쏟아내는 사람들이 나도 점점 부담스러워질 때쯤 나이를 먹어간 것 같다.

더 나이를 먹어갈수록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내 감정들을 온 정성을 다 내보여서 만나기보다는 서로의 선을 지키면서 관계를 위한 웃음을 짓고 적당히 떠들면서 살아갔다.


그래서 가끔은 삶이 외롭고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낳아주신 부모님도, 사랑했던 인연도, 영원할 것 같던 친구들도 함께 떠들던 동료들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서로 다가가려 하면 괜히 민망해지고 부담스럽고, 놓으려고 하면 미안하고 마음이 쓸쓸해진다. 결국에는 서로서로 알아서 적당히 선을 지키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네가 좋다.’는 말도 상대의 상황과 눈치를 보며 해야 한다는 것이, 그래서 가끔은 홀로 외로워해야 한다는 것이 가슴 시리다. 가슴 시리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것 역시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무덤덤하면서도 슬프다. 그런 것에 연연할수록 어린애 같다는 핀잔을 들으며 애써 감정을 숨기기까지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래서 참 무거운, 쉽게 됐다고 자신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다. 또, 자신한다고 해서 기분이 좋지도 않은 것 같다. 그 어리석고 막무가내에 감정 꽂히는 대로 행동했던 스무 살의 내가 언제 이렇게 어설프게 어른이라는 것을 흉내 내게 되었는지.


책을 다 읽고 먼저 든 생각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느끼는 그의 망설임, 뚝딱거림, 선을 긋는 매정함이 본래의 성격 때문일 수도, 그가 겪은 삶과 경험 때문일 수도 있다. 나의 정서, 생각 방식, 표현 방법과 그가 맞지 않다고 해서 그에게 상처받고 외면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끄덕이자. 나를 내려놓으면 상대방을 받아들이기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


그리고 나 스스로는, 사람 구별하지 말고 선 긋지 말고 그가 다가오는 것에 어색해하지 말고 또, 내가 다가갈 수 있을 때 정말 진심을 다해 다가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스무 살, 앞뒤 안 가리던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며, 조금은 그때의 나를 닮게 살아가야겠다고 느꼈다.



우리를 외롭게 하는 것은

그에게 내 진심을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서,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걱정되는 그의 진심에

내가 나로서 당당히 나서지 못하고

숨고 위장하고 도망치는, 나 자신 때문이니까


나의 부족함은 부족함 대로 인정하고 나 자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주변으로까지 그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앞으로 살아갈 기쁜 우리 삶을 위해, 솔직하지 않고서야.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 #최은영 #솔직하지않고서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국 여행을 하며 생각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