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사람들

연재를 마치며.

by 은의 정원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리라 마음먹고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 이야기를 쓰게 한 동기였습니다.

오래된 비석에 새겨진 나이를 문득 계산해 보고 아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60년 전 장인의 한갑잔치에 우직한 큰 눈망울과 바위처럼 놓인 코,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 속 그의 나이가 해마다 봄이면 벌초하고 도시락을 먹느라 아무것도 헤아리지 못한 내 나이보다 어렸습니다.

마흔 셋.

이 땅에 다섯 아이를 남기고 그가 떠난 시간이었습니다.

흑백 사진 속에서 아이들에 둘러싸인 고운 여인의 얼굴을 보고 제 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가 여기 왜 있어?"

여름이면 바느질을 하고 날이 서늘해지면 뜨개질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엄마와 그 형제들의 눈빛을 나는 읽지 못했습니다.

나와 너무도 닮은 사진 속 여인은 내 외할머니입니다.

지금은 공원이 된 독립문 근처에서 자란 엄마의 어린 시절, 억압과 전쟁, 모진 시대를 견디느라 짧을 삶을 살아야 했던 그 시절 어른들의 이야기를 저는 티끌만큼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매주 거르지 않고 풀어내고 싶었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수록 너무도 부족한 솜씨로 담아낼 수 없어 한 주를 거르고 두 주를 걸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기에, 미처 채우지 못한 이야기를 다시 손보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60년 전 흑백 사진 속에 존재하지 않던 저와 닮은 나의 할머니가 있듯 시간이 흐른 뒤에 나를 닮은 누군가도 태어나겠지요. 그래서 영천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고 이어집니다.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내 어머니의 기억이 생생하고 아직 이야기하지 못한 추억이 많기에 잊혀지기 전에 기록할 것입니다.


그동안 부족하고 서투른 저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는 마치지만 영천 사람들은 못다한 이야기를 계속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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