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합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이,
실천보다는 입장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 처음처럼, 신영복 -
입장의 동일함이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환경이 변하면서 친구관계도 변했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절친인 줄 알았던 친구는 남보다 못했다. 별반 기대도 하지 않았던 친구는 나의 대소사를 챙기며 감동을 주었다. 가진 것도 처한 환경도 세월이 흐르며 변했지만 중요한 것은 삶의 지향점과 입장이다. 옛날 학교 다닐 적 생각만 하고 과거의 모습만 기억하며 그간의 정 때문에 인정해야 할 변화를 부정했다. 떡볶이만 먹어도 행복했던 학창 시절의 우리가 더는 아니었다. 상수만 있었던 우리 삶에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학창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각자의 은밀한 욕망이 드러났다. 결국 삶에서 추구하는 입장이 다르다는 우아한 말로 욕망을 숨긴 채 우리의 오랜 우정은 싸늘하고 우아하게 쫑이 났다.
지금 우리는 그 옛날의 우리가 아니다. 사는 곳이 바뀌고 가진 것의 차이가 나면서 드러나지 않았던 모습을 누군가는 드러낼 뿐이었다. 삶에 대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동정에 대한 입장이 달라지며 우정이라 불리는 허상은 유효기간이 끝났다. 오랜 시간 마음 아팠지만 중년의 인간관계는 개편되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건강문제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나에게 매일 전화로 상태를 확인한 친구들, 운전을 잘하지 못하면서도 장거리를 달려 서울의 병원에 와서 함께 어찌할 줄 몰라했던 친구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절박했을 때 손을 내밀어 주고 발로 찾아와 주었던 사람들이 있어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다.
파도타기의 묘미는 어떤 파도가 몰아칠지 모른다는 데 있다고 한다. 서퍼는 원하는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며 몰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긴다고 한다. 인생도 비슷하다. 분명히 잔잔한 파도만 몰아치던 곳에 태풍이 오는 경우도 있다. 내가 파도를 통제할 수는 없다.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 그저 누군가 옆에서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남편의 병으로 막막했을 때, 물론 호전되는 것은 모르겠으나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지금 기운이 없는 나를 위해 반찬을 보내주고 시간 내어 집을 찾아와 준 지인들의 마음과 손길, 발길이 너무 고맙다.
난파선을 떠올린다. 어딘지 방향도 모르는 곳에서 배는 부서지고 파도는 몰아치고 살기 위해서 무작정 앞으로 나아간다. 누군가 저기 땅이 있다고 소리치면 그 방향으로 함께 헤엄쳐 뭍으로 오른다. 숨 고르기를 하고 그나마 혼자가 아님을 다행스러워하며 구조될 때를 기다린다. 태어나보니 인생이라는 배에 이미 탑승해 있고 안전한 줄 알았던 배는 풍파를 만나 아무 쓸모도 없어졌다. 보호자였던 부모님도 듬직한 줄 알았던 남편도 이제는 내가 돌보아야 한다. 하느님이 나를 이유도 가르쳐 주지 않고 세상에 내놓았다. 살아야 하고 살아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부디 내 주위에 입장이 같은 지인들이, 마음뿐만이 아니라 손길, 발길을 함께 나누는 좋은 사람들이 늘 곁에 있기를 기도한다.
난파선을 떠올린다. 어딘지 방향도 모르는 곳에서 배는 부서지고 파도는 몰아치고 살기 위해서 무작정 앞으로 나아간다. 누군가 저기 땅이 있다고 소리치면 그 방향으로 함께 헤엄쳐 뭍으로 오른다. 숨 고르기를 하고 그나마 혼자가 아님을 다행스러워하며 구조될 때를 기다린다. 태어나보니 인생이라는 배에 이미 탑승해 있고 안전한 줄 알았던 배는 풍파를 만나 아무 쓸모도 없어졌다. 보호자였던 부모님도 듬직한 줄 알았던 남편도 이제는 내가 돌보아야 한다. 하느님이 나를 이유도 가르쳐 주지 않고 세상에 내놓았다. 살아야 하고 살아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부디 내 주위에 입장이 같은 지인들이, 마음뿐만이 아니라 손길, 발길을 함께 나누는 좋은 사람들이 늘 곁에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