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내가 뭘 잘못했을까?

경도인지장애

by 천천히바람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정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인지이론가 중 대표적인 학자인 알버트 앨리스가 말하는 10가지 비합리적인 생각들


비합리적인 신념 10가지


1. 나는 반드시 나에게 중요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한다.

2.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유능하며 성공해야만 가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다.

3. 세상은 공정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공정하고 신중해야만 하며, 이를 어긴 사람은 악하며 비난과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4. 일은 가장 효율적으로 계획한 대로 진행되어야만 한다.

5. 감정은 외부 사건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므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6. 위험이 예상되는 일이 있다면 온종일 그에 대해 걱정하고 아주 작은 가능성까지도 고려해야만 한다.

7. 어려움이나 문제는 책임지는 것보다 외면하거나 피하는 것이 좋다.

8. 과거는 아주 중요하며, 현재의 내 행동과 감정은 모두 과거에 의해 발생했고 미래에도 영원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9.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마음을 쓴다면, 나 역시 그 사람이 겪는 문제나 불안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화를 내고 우울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10. 어떤 문제에는 항상 정확하고 완벽한 해결책이 있다.


-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나에게, 이소라 -



딸이 전화가 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취업시장에 들어서니 힘이 들고 스스로를 탓하는 순간이 잦아보인다. '엄마'하고 부르면 대충 딸의 상황이 짐작이 간다. 예민한 성격에 괜히 자기 잘못이나 부족함만 보일 것이다. 20대는 다 그렇다고 사소한 일에도 괜히 주눅드는 게 그때라고, 40대 넘어가면 용감해진다고 크게 보라고 했다. 긴 인생사 취업준비 좀 더 한다고 몇 개월 노는 것은 별 일 아니라고 말해줬더니 잠깐 위로가 되는 모양이다. 어떻게 엄마는 섬세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자기 마음을 잘 아냐고 신기해했다. 나는 예민하지만 섬세하지는 않다. 그리고 공감능력은 경우에 따라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남편의 병 앞에서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 놓친 것은 없는지 수시로 나를 몰아세웠다. 식단에 신경을 적게 썼나? 잠을 안 잘 때 더 잔소리를 해야 했나 끝도 없는 자기 검열이 이어졌다. 다른 병원에 가봐야 하나, 한의원도 가야겠지? 불안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은 인생사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없는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기로 마음을 다잡지만 사소한 말 한마디에 수시로 흔들린다. 인명은 하늘에 있다지만 내 손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게 더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 전전긍긍, 자포자기, 흔들 흔들이다.


내가 어떤 사람에 대해 마음을 쓴다면, 나 역시 그 사람이 겪는 문제나 불안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화를 내고 우울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이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하지 않는가? 내가 남편에 대해 마음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항상 그 방향을 향해 있다. 그렇다고 그가 겪는 문제나 불안에 대해 내가 늘 걱정하고 지나간 순간의 잘못에 화를 내고 결과가 이러니 우울해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첫 번째 화살을 예기치 않게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서로를 향해서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쏘는 것은 어리석다. 인명은 재천이다. 대범하게 현실만 봐야겠다.


세상은 공정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공정하고 신중해야만 하며, 이를 어긴 사람은 악하며 비난과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풍문으로 남편의 전 직장 동료들이 띄엄띄엄 남편의 상태를 들었나 보다. 그들 중 나와 일면식도 없지만 항상 남의 말을 앞장서하고 남 일을 많이 아는 것이 자기의 특기인양 여기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미 많은 이에게 수신차단을 당했지만 아랑곳하지 않나 보다. 그 사람이 남편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한 것이 내 귀에 들어왔다. 아무리 남의 소문이 재미있기로 그 비이성적인 사람이 걱정이나 염려가 아닌 확인을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상하고 동요되었다. 며칠이 지나서야 화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아직 본인이 당하지 않은 일이 자신에게는 꼭 일어나지 않을 일로 착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품에 따라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이다. 그도 나이를 먹었으니 타인의 불행에 반응하는 적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세상이 공정하지 않듯 이런 기대와 기준도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가 보다.


감정은 외부 사건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므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즘은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 애쓴다. 지나가면서 별 뜻 없이 툭툭 던지는 말에 얼마나 휘청였는지 모른다. 인터넷에 손가락 운동이 좋다고 하여 작은 공을 사고, 비타민b가 좋다고 하여 구매하고, 단 음식이 좋지 않다고 하여 꿀도 쓰지 않았다. 적어도 검증된 정보만 믿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는다. 사람이 주는 위로보다 큰 순간도 분명 있다. 병을 널리 알리라고 해서 알렸더니 소문이라는 부작용이 따랐다. 걱정이 아닌 가십거리가 되어 우리 집안의 얘기가 흘러 다니니 당연히 감정이 상했지만 자기 입 가지고 뒤에서 하는 말들을 내가 어찌할 방법은 없다. 내 감정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학자의 고견을 따라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그가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내 마음을 그도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 우주의 기가 모여 리듬을 타고 그 파장이 흘러 흘러 뿌린 만큼 거둘 것이라는 것을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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