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찾고 있는 것이
당신을 찾고 있다
루미의 시 한 구절이다
이렇게 바꿔 읽을 수 있겠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이
나를 찾고 있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이
나를 찾고 있다고?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린다면
당신은 아마
당신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을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어쩌면 당신이 찾고 있는 것
당신을 찾고 있는 것
둘 다 알려고조차 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저 둘을 찾을 때까지
저 둘이 기어코 만날 때까지
되뇌고 되뇌고 또 되뇌어야 한다
- 이문재, 혼자의 넓이 -
겨울이 오기 전에, 고요하고 짧은 이 아름다운 가을이 야속하게 가버리기 전에 부지런히 산책을 한다. 우리 생의 끝은 모르지만, 젊은 날 찬란하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생의 봄과, 여름은 분명 지나버렸다. 남편과 나는 말없이 산길을 걷는다. 은행잎이 가득 떨어진 길을 걷는 그의 야윈 뒷모습을 보면 저 사람과 나의 삶 또한 이제 가을 속에 있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는다. 서글프고 서럽기도 하면서 이유도 원인도 정확하지 않은 후회가 밀려온다.
잠시 멈춰 자연이 빚은 고운 색에 석양이 점점 물들어 가면 마음이 숙연해지고 내 마음에서 내는 소리를 듣는다. 나와의 대화는 항상 서툴고 궁색하지만 은행잎이 가득 떨어진 그 길에서 내 마음은 말했다. 나무처럼 저렇게 늙고 싶다고. 저절로 발길도 숨도 멈추는 경건함을 주는 대지의 찰나처럼 삶이 저물 때 나도 남편도 그렇게 기품이 있으면 좋겠다. 붉은 단풍에 홀려 좋은 곳을 찾아다녔다. 기억이 점점 흐려지는 남편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눈에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것이다. 가을의 오색단풍과 자연의 고요가 겹치는 그 순간을 그에게 주고 싶었다.
단풍이 막바지에 이르고 날씨가 추워져 우리는 명산을 찾는 대신 동네산책을 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은행나무가 줄지어 선 길에 바람이 불어 노란 은행나뭇잎이 눈처럼 날렸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 같은 그 순간, 샛노란 은행잎은 신비를 넘어 가슴 먹먹함을 주었다. 저렇게 고운 빛으로 저녁의 어둠조차 밝히는 아름다움에 왜 나는 슬픔을 느꼈을까? 일몰이 가까워 석양까지 겹쳐서일까? 아니면 돌아갈 수 없는 청춘에 대한 아쉬움과 저들처럼 곱게 저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넘어선 강한 열망 때문일까?
회한, 삶에 무작정 성실하기만 했던 젊은 날 나는 마치 오래 사는 것이 보장된 것이라 확신했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한답시고 저축을 하고 잠을 아끼고 오로지 막연한 미래에 궁핍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끼고 모았다. 어떻게 사용할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런 질문은 해보지 않았다. 그저 모으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만 가질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에 소홀했던 것이 후회된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참 아쉽지만 삶은 내게 다양한 선택도 미리 한 수를 내다보는 지혜도 항상 뒤늦게 주었다.
삶은 늘 숙제만 가득 던져주고 넌 숙제 다하고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했는데 숙제를 다하고 나니 저녁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 삶의 숙제는 항상 내 능력보다 과한 것이었다. 무척 과한 것도 섞어놓고 조금 쉬었다 하려니 숙제는 더 커져버린 것이다. 싫다, 못한다고 미리 말했어야 했나? 못한다고 말하는 법을 몰랐다. 이제 숙제를 적당히 마치고 나니 억울한 마음도 든다. 조별과제를 혼자 다해버린 느낌이다. 도와달라고 같이 하자는 말을 못 하고 혼자 하면서 씩씩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도 다 지나버려 굳이 따지고 싶은 마음도 이제 없다. 나는 나의 색대로 제대로 물들고 싶다. 그 색이 점점 고와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