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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Dec 20. 2023

나잇값 4 - 딱 그만큼만

                      논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부가 만약 추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비록 채찍을 드는 천한 일이라도 나는 하겠다. 그러나 추구해서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절제 있는 생활을 하면서 잘못되는 경우는 드물다.




똑같은 꿈을 꾸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여고 동창이랑 집을 나서는데 내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친구는 서둘러 가는데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꿈속에서도 저번에도 같은 고 놀랐던 것을 기억했다. 발걸음을 떼려고 용을 쓰다 혹시나 뒤돌아서서 거꾸로 걸어 보았다. 그러니 발걸음이 떼지는 것이었다. 저만치 앞서가는 친구에게  이제 걸어진다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 아이는 내가 혼자서 쩔쩔매는 것을 전혀 모르고 바삐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야속했지만 이해가 되었다. 남의 일을 누가 다 알겠는가?


놀라서 일어나니 창밖은 여전히 캄캄했다. 꿈해몽을 검색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친한  친구에게  얘기를 하니 최근에 다친 다리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럼 친하지 않은 그 친구는 뇌의 어느 구석짱 박혀 있다가 생각지도 않게 30년 만에 내 꿈에 나왔을까?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다. 여기서 생각을 멈추자. 열심히 생각한다고 답이 나올 것  것은 아니므로 여기서 포기다.


논어에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라고 했다. 나는 나의 꿈도, 심지어 내 것인 내 무의식의 깊은 세계도 모른다. 하지만 알려고 해도 당장 답이 나오지도 않고 올바른 답을 해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은 안다. 그러므로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매사에 모든 것을 알려고 아등바등 살았다.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고 아이들을 명문대에 보내는지 알려고 모든 소스에 귀를 쫑긋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쓸데없이 부지런하게 살았다. 


 그런데 세상에!!! 맞다고 여겼던 그 지식의 소스가 틀렸었다. 발 빠르게 쫓아다녔던 무슨 무슨 설명회, 주차자리가 없을까 미리 움직였던 그 시간에 차라리 편하게 실컷 잠이나 자야 했다. 쏟아지는 을 줄이는 게 성공의 기본이라 알람을 몇 개나 맞췄는데... 오히려  푹 자는 게 성공의 비결이었다. 조바심 낸다고 내 것이 아닌 게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왜 이제야 게 된 것일까? 노력을 해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나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기고 충분히 에게 관용과 여유를 주지 않아서 젊은 날이, 어린 내 자식이 피곤했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멍청한 짓 그만하라고 따끔하게 누가 나를 혼내줘야 했다.


세상 모든 좋은 것이 내 것이 되리라는 것은 과욕이다. 남편도 잘 만나고 자식도 잘 크고 돈도 잘 벌고 아프지 않고 그 다음은 그 자식의 자식도 잘 되고 돈도 많이 벌고 말만 들어도 불가능한 것이 맞다. 로또 복권의 숫자가 딱딱 맞기가 그렇게 쉬울까? 절제하는 삶, 이 정도면 너무나 감사하다는 만족을 아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며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도리이다. 제발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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