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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Feb 19. 2023

25년 된 오디오를 고치다

고쳐야 하나? 새 걸 사야 하나? 이것이 문제로다

우리 집엔 25년이 넘은 중고 골동품들이 많다. 96년 1월 결혼 때  장만한 동서가구 장롱은 이제 AS 할 곳이 없다. 경첩만 손보면 되는데 구입한 곳에서 서비스를 받으라고 한다. 구입한 곳은 이미 폐업.  문현동에서 구입한 등나무 식탁과 의자는 버리려 했더니 인테리어 실장의  레트로가 유행이라는 말에 제자리로 복귀했다. 백장이 넘는 레코드판과 천권이 넘는 책들은 가장 버리고 싶은  것인데 남편이 총각 때부터 모아 온 것이라 무수히 싸우다 버리기를 포기하였다.


남편이 은퇴하고 오디오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고쳐서 다시 쓴다고 할까 봐 아무거나 부서지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리만 차지한 25년 된 오디오를 혼자서 별별 수리를 다 하더니 결국 고치는 곳을 알아보라고 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 부산에 3곳이 나왔다. 연산동에 오디오를 잘 아는 나이 든 기사님이 있었다.


나의 가장 비싼 혼수는 인켈 오디오였다.  95년 부전동에 오디오를 같이 고르러 갔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작아야 한다고 했다. 작고 가격도 적당한 것을 사차만 얻어 탈 생각으로 함께 갔더니 인켈로 들어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당시 케니지가 광고한 최신 모델에 허리까지 올라오는 큰 스피커까지 아주 고급으로 골랐다. 가격은 예상금액의 몇 배였다.


그때 이 결혼을 물러야 했었다. 나와 맞지 않음을 알았어야 했는데 비싼 거 골랐다고  싸움만 했으니  어리석음이 스피커의 높이보다 컸다.


서비스센터에 기사님이 고치는 동안 쉰이 넘는 경리분과 얘기를 나누었다. 남자들이 은퇴하면서 오디오를 고치러 많이 온다하였다. 그녀는 음질 차이를 알기 쉽게 전시해 놓은 오디오로 내게 음악을 들려 주었다. 좋았다. 전시된 오디오는 크고 멋졌고 한 때는 몹시 비샀으나 자리를 많이 차지해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집 오디오가 이것보다 좋다는 말에 마음을 고쳐먹고 수리에 동참했다.  


25년 된 라디오, CD, 테이프, 스피커를 다 수리하 새 거 사도 될 가격이다.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인간도 그런걸까? 버리지 못하고 고쳐서도 쓰지 않을 것에 대한 미련. 따라서가장 골치 아픈 골동품은 남편이다. 어디서 AS가 가능할까? 되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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