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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Mar 05. 2022

15. 남은 야채 몽땅 처치, 야매 오믈렛

서른 살, 밥은 해 먹고 살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ab32267baa19499/1 


 와. 벌써 3월 첫 주가 지났다. 작년 말 계란후라이 특훈을 한 지도 어언 벌써 분기 단위로 지났다는 거다. 음, 그 사이에 다른 먹을 것들 많이 생긴 나머지 시작이었던 계란은 약간 뒷전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글도 밥도 나름대로 꾸준히 쓰고 먹고 있다. 뭔가 하나를 꾸준히 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그래도 최근에는 누가 요새 관심사가 뭐야? 라고 했을 때 '먹고 사는 거요' 라고 대답을 해 볼까 고민해보기도 했을 정도로(뒤에 이어질 말이 귀찮아서 말았지만) 나름대로 올해의 나는 작년의 나보다 많이 변해 있긴 한 것 같다.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보니 다른 걸 먹는다고 방치한 계란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맨날 6구만 사다가 호기롭게 사왔던 10구짜리 한 판이 아직 상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고, 내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네 덕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브밍아웃(?)을 했어서, 그래서 계란을 열심히 연습했어! 라고 말하려고 보니 요새 안 했던 거지, 음. 거기에 겸사겸사 바빠지면서 죽어가는 우리 야채들을 한탕에 해치우는 근사한 요리를 찾아 냈다.


 https://blog.naver.com/guebyul/222475268571


 짜잔. 세상엔 대단한 요리사들이 많고, 이 초보 요알못에게 골치 아픈 재료들을 네이버에 나열해서 검색하면 뭔가 신기한 요리스러운 것들이 나온다. 으, 오늘은 집중해서 빡 쓰는 게 아니라 유투브를 켜놓고 쓰다 보니 자꾸 다른 길로 새게 된다. 오늘의 브금은 악뮤와 아이유의 <낙하> 입니당.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자꾸 감탄하게 된다.


칼질이 서툰 내가 다지기 기계 덕에 그럭저럭 사람 구실을 한다.

  아무튼 목표를 계란 오믈렛으로 잡고, 볶음밥을 만들려고 얼려 두었었던 당근과 양파를 꺼내고, 죽을 것 같아서 다져 둔 미니 새송이도 꺼냈다. 대충 솔솔... 볶고, 음. 맞겠지? 오늘의 야매 요리는 이런 레시피였다. 물론, 옳은(?) 순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블로그에서 반 접구 바로 완성샷이어서 뒤집는 줄 모르고 있다가 아래가 조금 탔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당근, 양파를 볶는다.

대충 익었다 싶으면 버섯을 넣고 대충 맛소금 솔솔

그 사이에 그릇에 계란을 두개 깨서 섞어 둔다.

야채가 있던 팬에 계란 붓고 피자치즈 솔솔

최대한 약불로 익히다가 반 접어서 마저 익히고, 뒤집기

접시에 내와서 케첩이랑 먹는다.

포장 해왔던 똠얌꿍, 공심채 볶음과 함께. 직접 담근 당근 김치도 슬쩍 등장했다.

 첫 도전은 집에 놀러온 친구랑 먹고, 꽤 괜찮은 것 같아 언니가 왔을 때 재도전했다. 치즈가 떨어져 삼색 슈레드 치즈(체다, 고다, 피자치즈)를 쓰고, 냉장고 구석에 보이던 방울토마토도 살짝 잘라서 같이 넣었더니 점심보다 더 맛있었다. 물론 무슨 요리든 치즈를 많이 넣으면 맛있긴 하지만... 저녁에는 욕심을 좀 내서 계란을 3개를 넣었었는데, 우리집 작은 후라이팬에 3개는 좀 많았던 것 같다. 꽉차서 잘 익지도, 접히지도 않아서 다 찢어졌다. 그래도 다져둔 당근과 양파는 오믈렛 두 번과 볶음밥 한 번으로 클리어!

재도전한 오믈렛. 모양은 찢어졌지만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다.
다진 재료와 굴소스를 이용한, 그리고 똠얌꿍 토핑으로 받은 고수를 곁들인 볶음밥

 써도 써도 남는 버섯과, 처음부터 반 잘라서 방치해 둔 당근은 음...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근데 기분 탓인가 왠지 버섯은 잘 안 상할 것 같다. 아무 근거는 없다. 당근은 쓰긴 써야 하는데. 당근김치 다 떨어지면 또 만들어야 하나, 잘라서 얼려 둬야 하나. 아무래도 다른 남은 야채들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집에 있던 책 한 권을 뽑아왔다. <어차피 냉동할 거라면> 이라는 책이다. 집에 이런 책이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요리책을 사다가 하는 걸 즐기던 언니가 사다 둔 책 중 하나인 것 같다.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는데, 굉장히 부지런해야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방울토마토는 씻은 다음 꼭지를 떼고 길를 닦아 기통째로 냉동

양파는 다양한 크기로 잘라서 냉동(웨지st, 얇은st, 다져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찍어 둔 페이지는 요 정도. 둘 다 지금 냉장고에 있는 친구들이지만, 언제 할 지는 잘 모르겠다. 방울토마토는 내일까지도 안 쓰면 얼리긴 해야 할 것 같다. 아, 이렇게 냉동실이 차게 되는 거구나... 그래도 본의 아니게 다음 주는 밀접 접촉으로 1주일 재택근무라, 하나씩 챙겨먹으면 생각보다 잘 먹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이 마음으로 남은 주말은 치킨에 빙수 배달에 레토르트에 컵라면까지 열심히 먹었지만, 평일에는 좀 더 건강하게 살아 봐야지.

그래도 신상 컵라면에 고수 얹어 먹었더니 맛있었다. 크기는 생각보다 많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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