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초등학교 5학년, 롤러스케이트를 처음 타보다.
초등학교 5학년쯤의 일이다.
그해 한동안 나는 주말이 되면 어린이대공원으로 출석도장을 찍었다.
우연히 친구들과 어린이대공원으로 놀러 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시절 어린이대공원 안에는 실외수영장을 운영하였는데
수영장이 운영되지 않는 시즌에는 롤러스케이트장으로 변신을 하였더랬다.
어린이대공원 근처가 집인지라
한 번은 친구들과 어린이대공원으로 놀러 가게 되었다.
어린이대공원 안으로 입장하자
놀이기구를 타는 곳은 아직인데도
아이들의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와 함께
신나는 음악이 들리는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롤러스케이트를 타자며 발길을 이끌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롤러스케이트를 타 본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덜컥 겁이 났었다.
친구들은 모두 한 번씩은 타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나는 친구들을 의지한 채 롤러장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금액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롤러장 안에는 매표소가 따로 있었고 입장료와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빌리는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슬러쉬와 간단한 군것질을 파는 매점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명씩 계산을 하며 발 사이즈를 대고 롤러스케이트를 받아서
주변 앉을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신었던 롤러스케이트를 받으니
어느 정도는 해지고 어느 정도는 쿰쿰한 냄새가 올라왔다.
또 어느 정도는 땀에 적셔진 듯 축축함이 느껴졌다.
자리를 잡고 앉은 우리들은 조심히 한 발씩 롤러스케이트를 갈아 신고
소지품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자리를 잘 정돈 후
가운데에 위치한 트랙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수영장을 개조한 덕에
원래대로라면 물로 채워졌을 공간을
트랙으로 만들어 놓고 그 트랙 가장자리에는
사람들이 잡을 수 있도록 손잡이로 이루어졌었다.
처음 롤러스케트를 타 본 나는
다행히도 그 손잡이에 의지하여 한 발씩 내디뎠다.
생각해 보니 조금이라도 잘 타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뒤로 타기도 하며 자신들의 모습을 뽐내려 무섭게 달려 나갔었다.
아마 가장자리에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다 같이 들어갔지만 각자 스케이트를 타는 솜씨들이 달라서
따로따로 속도에 맞추어 신나게 탄 후
약속한 시간에 모여 잠시 휴식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속도가 잘 나지 않는 탓에 다른 친구들이 다섯 바퀴, 열 바퀴를 도는 동안
두세 바퀴밖에 돌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몇 바퀴를 돌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속도가 늦더라도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 동안
우리는 각자 가져온 용돈으로 시원한 슬러쉬를 하나씩 먹었다.
슬러쉬를 먹는 동안 입으로는 마시며 눈으로는 계속 트랙 안 사람들을 향했다.
너무 잘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어쩌면 계속 연습하다 보면 저렇게 잘 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만큼 롤러스케이트는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폐장이 다 되어 가는 시간까지도 계속 롤러스케이트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 바퀴만 한 바퀴만 하다가 금세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방송으로 폐장시간을 안내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친구들이 삼삼오오 매표소 앞으로 모였다.
반납을 하려고 벗은 롤러스케이트.
벗자마자 시원한 바람은 축축하게 땀으로 젖은 양말 사이로 들어와 발가락에 닿았다.
넘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
얼마나 발가락에 힘이 주었던지
발가락도 발목도 조금은 부어 있었고
피곤함이 몰려왔다.
집까지 걸어가던 길은
걸어도 걸어도 짧아지지 않았고
노곤노곤 눈꺼풀은 내려앉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하다시피 곧장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이후로 나는 한동안 주말마다
친구들이 시간이 되지 않으면 동생을 데리고 롤러스케이트장을 나섰다.
그해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양말이 축축하게 다 젖을 만큼
쿰쿰한 발냄새가 고약하게 느껴질 만큼
무언가에 열심히 하던 요즘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