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언니 Dec 23. 2024

07. 초등학교 6학년, 글짓기로 자신감을 얻다.



어릴 때 우리 집은 이사를 참으로 많이 다녔더랬다.

나는 어린 마음에 그것이 너무도 싫었다.

친구를 사귀고 마음을 터놓을만하면 다시 헤어지고 가 반복되었더랬다.

초등학교 6학년 생활은 부산에서 하게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1학기만 부산에서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었다.


그 시절 나는 그래서 더 말수도 적고 내성적인 아이였었다.

친구를 사귀기에 많은 시간이 걸렸었고 

남의 눈치를 보느라 나의 의견을 잘 말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수필 글짓기대회가 있었다.

주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고, 나는 아버지 란 내용으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주제로 글을 잘 쓰기 힘들었을 텐데, 그때 나는 무슨 마음이었었을까? 

어릴 적 가정형편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고, 다정하기만 했었던 기억이 있지도 않았었는데 말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글의 형식이 수필이었지만 조금은 가상의 이야기를 풀어냈었던 것 같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거짓을 보태고 싶었었는지 헷갈리긴 하지만

내가 쓴 문장을 여러 번 지웠다 썼다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글짓기를 작성하여 학교 선생님께 제출하였고

여느 때처럼 학교생활로 글짓기를 제출했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뒤 학교 담임선생님이 나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방송국에를 다녀와야겠다고 했다.

내용은 내가 제출한 글짓기가 수상을 했다는 것이었다.

1등, 2등, 3등은 아니었고 입상이었지만 그래도 방송국 주최 상이라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장도 받고 트로피도 받았다.

학교 조회시간에는 앞에 나가 전교생 앞에서 그 상장을 수여받는 기회도 생겼었더랬다.


조용하던 나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말로 풀어내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는 기쁨을 느꼈던 시절이었다.

글짓기 수상을 하려고 입고 갔던 예쁜 원피스는 내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파란색과 하얀색이 어울려진 물방울무늬 원피스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엄마는 평소 하나로 묶던 머리를 반묶음 머리로 이쁘게 묶어 주웠었다.


만약 그 이후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글짓기에 진심이었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져 있을까?

국어수업시간에 더 열심히 공부했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행복해하고 있을까?

어디에선가 작가로 활동을 하며 창작의 고통을 느끼고 있었을까?

......

......

......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글을 써 내려가고 있지 않은가...!

지금 나는 이 시간이 좋으니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