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에 뾰족해진다.
아침 출근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
볼일이 있어 외출을 하려 엘리베이터를 타면
자주 마주치는 분들이 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때까지 직장맘으로 생활을 하며
내가 회사 출근하는 모습을 자주 보던 분들이 궁금해하는 눈치다.
분명 직장 다니던 엄마로 알고 있었는데
회사에 있을 시간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하다 보면
나에게 질문을 던지시곤 한다.
지금 일 나가시나 봐요...?
무슨 일 하세요...?
질문을 받으면 순간을 잠시 멈칫하게 된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닌데도
마음 편히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자주 본다.
잠시 멈칫한 나는 자세를 바로 고치며 대답한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어요...
아무리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라 해도 힘든 순간이 없을 리 없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답답한 순간이 오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막막한 시간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났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감과 동시에 나의 위치를 마주하다 보면
더 많은 생각들이 새롭게 생겨났다.
그럴 때면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건물 아래 카페에서 머리를 식히고 왔다.
자연스레 나의 마흔 이후의 삶을 떠올리며 평생직장을 그려보았다.
계속적으로 나의 일은 갖고 싶었다.
당당하게 저는 이런이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언제까지 회사에서만 일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모두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 그 안에서 나는 일을 하고 있음에 행복한 순간순간들이 쌓여갔었고,
나의 능력치를 발휘할 때면 스스로가 대견했고,
뿌듯한 마음으로 하루일과를 마무리 지었었다.
현재 직장을 그만둔 지는 만 3년이다.
분명 직장을 그만두던 그 해에는 자신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또 다른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
바로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나의 오만이었다.
서른 후반부터 생각한 평생직장에 대한 답이 조금은 불투명해져 갔다.
마흔부터는 또 다른 일을 해내고 싶었지만
퇴사는 생각했던 나이보다 2~3년 정도가 늦어졌다.
일을 하다 보니 맡고 있던 직무를 조금만 더 하고 싶단 욕심이 생겨 늦어진 것도 있다.
그와 더불어 하고 싶은 또 다른 일에 대한 준비도 함께 찾아 열심히 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처럼 회사에서 잘 견뎌내고 있었다 했지만
버텨내다 부러져버릴까 싶던 순간!
더 이상은 안 되겠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천천히 나의 일을 찾아 시작하기로 했었다.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그 시간이 조금은 길어지고 있는 현재임은 분명하다.
준비를 미리미리 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게 나는 서른 후반부터 내가 하고 싶은 평생직장을 계속 생각해 왔다.
서른 후반부터 생각한 평생직장에 대한 답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불투명해져 갔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마흔 중반이 되니 조급하지 않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퇴사를 하고 나는 부득이한 경우를 빼곤 매일을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돌이켜보니 불규칙한 생활을 너무도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었던 점들이 발견된다.
그저 조금은 불투명할 뿐, 나의 평생직장에 대한 답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할 수 있다.
그렇게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