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않은 선물
헤일리가 묵을 기숙사에 물건을 넣어주러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모든게 다 처음이니 떨려서 물건을 바리 바리 싸들고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 보안이 철저한게 일단 맘에 들었다.
엄마아빠가 한번의 방문은 되나 여권을 맡기고 들어갈 수 있었고 들어가는데도 오류가 나서
한참이나 걸렸다.
2층이어서 트렁크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서 보니 1인실이 여러개가 있고 공용거실과 주방, 욕실 화장실이 있었다.
이러한 공용 기숙사 한층에 대략 15명 가량이 사는거 같았다.
헤일리의 방은 창문이 기숙사 통로쪽으로 난 햇볕이 많이 드는 방이었고 조그맣게 혼자만 쓸 수 있는 전실도 있었다.
방은....
눈물이 날 정도로 작았다.
싱글침대가 겨우있고 쪼그만 책상과 옷장이 붙어있는 서 있을 공간도 비좁은 아주 작은 고시원방같았다.
에어컨은 잡음을 내며 계속 돌려야 이 더움과 습기를 이길 수 있을 정도였다.
제습기는 계속 작은 소음을 내었고 에어컨 없이는 세명이서 짐을 정리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가져간 수건과 물티슈로 닦고 쓸고 가져온 짐들을 차곡 차곡 같이 정리하였다.
1년간은 그래도 여기가 아이의 보금자리이니
잘 부탁한다는 마음으로 세명은 아무말 없이 정리를 끝냈다.
부족한 게 몇개 보여서 사다가 채워놓고 거의 하루 종일 걸렸던 것 같다.
다행히 기숙사 근처에 한인마트가 있고 한국음식점도 2개나 있었다. 여기가 한국인이 많이 사나보다.
그래도 아이는 기숙사 위치가 너무 갑이라고 지금도 얘기를 하는 걸보면
한인마트의 한국제품들이, 한국음식점의 음식들이 꽤 위로가 되었나보다.
하루종일 기숙사 정리를 해주고 나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고 마리나베이 근처에 호커센터가 뷰도 좋고 저렴하다고해서 가보기로했다. 마칸수트라 클루턴스 베이 호커센터
베이를 보면서 즐길 수 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밤에 제격이었다.
힘든 하루를 이제 좀 즐겨보자는 심정으로 가니 난데없이 하늘에 비행기가 굉음을 내고 지나가는게 아닌가?
우리가 모르는 뭔가 행사를 하나?
한국에서도 가끔하는 비행기쇼인가?
아주 낮게 지나가는 비행기들을 보면서 뭔가 행사가 있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호커센터는 야외에 있고 음식들을 우리나라 푸트코트처럼 주문해서 갖다놓고 먹는식이었다.
음식을 거의 다 먹고 마리나베이가 보이는 베이쪽으로 걸어가니 갑자기 불꽃놀이를 하는게 아닌가?
마리나베이나 플러튼호텔도 여러가지 색깔들로 변하고 있었다.
이건 무엇이란 말인가?
갑자기 예상치못한 축제의 현장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유달리 많다고는 생각했으나 워낙 관광지이고 밤이니 싱가포르인뿐만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이 많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군대 배 같은거도 뭔가 시범을 보이면서 지나갔고
하늘의 불꽃놀이는 한참이나 진행되었다.
거의 1시간 가량 여러가지 불꽃놀이와 레이저쇼를 보며 오늘 하루를 돌아보았다.
알고보니 싱가포르 독립기념일 15일 이전에 사전 준비 행사를 한 것이었다.
독립기념일엔 사람이 밟디딜틈없이 많았다고한다.
우린 예상치않게 우연히
그걸 미리 편안하게 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찾아본것도 아니었고
누가 알려줘서 간거도 아니었다.
인생은 이렇게 선물처럼
불꽃이 예상치 않게 다가올때가 있다.
그때는 더 감격스럽고
더 기쁘다.
헤일리의 기숙사에 당첨이 되었을때 기쁨은 잊어버리고
실제로 기숙사를 보고 약간의 실망을 하였고 한국보다 열악한 상황에 아이를 남겨두고와야해서
마음이 안좋고 미안했는데...
왜 그런맘을 먹었나싶었다.
인생은 이렇게 예상치않게
좋은일이 생기는건데말이다.
그 좋은일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데 말이다.
기숙사의 환경도 어찌보면 그 누구는 들어가고싶으나 못들어가는 곳이고
비싼 물가도 학교도 어찌보면 그 누구는 오고싶으나 못오는 곳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인생은 그날 불꽃놀이처럼
우연히 또 오고 또 가는 것임을
불꽃놀이를 보고 기뻐하고 감동하면서 또 살아가는게
그게 인생임을
오늘은 헤일리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것만같았다.
불꽃이 유달리 반짝이고 감동스러웠으며
그 불꽃놀이의 배경인 마리나베이의 형형색깔 변화되는 배경도 잊을 수가 없다.
헤일리가 그 광경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불꽃놀이도 마리나베이도 아이를 중심인 배경으로
낯선 타국 아이를 열렬히 환영해주는 따뜻한 나라인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