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인생 전체를 바꿀 필요는 없다.

문과에서 이과로

by 포헤일리

이제 2학기가 되어 다시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기숙사로 돌아가게 되었다.

여전히 코로나의 기세는 쎄서 불편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중에 아이는 그나마 2학기가 1학기보다는 더 나은듯 보였다.


어딜가나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다고 했는데 , 헤일리가 속한 인간관계도 어렵긴 마찬가지인가보다.

공부가 어렵고 할게 많으니 아이들은 뾰족하고, 서로 친한 몇명하고만 무리를 지어 다니고

단짝 친구를 만들어서 다니는 아이들 속에서 어떤 아이는 밥도 혼자 먹고 공부도 혼자 하는 아이도 있었다.

헤일리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단짝을 만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터라

기회를 놓친건지, 맘에 드는 친구가 없는 건지. 노력을 하지 않아서인지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때마다 전화로 엄마인 나와 이야기하며 그래도 먼저 살아본 선배로써 조언은 해주지만

나조차도 인간관계는 어렵기에 항상 성찰을 하고 있다고 사실은 속으로만 말했다.

아이의 인간관계와 엄마인 나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 엄마인 내가 바로 서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점이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제껏 학원 라이딩, 선생님과의 상담, 아이 식사, 나머지 여러가지 챙겨야할 부분만 챙겼지

아이의 멘탈과 좀 더 멀리 미래의 지향점과 목표에 대해 조언하기에는 엄마인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인간관계론, 마인드셋, 자기계발서, 쇼펜하우어등 철학책, 인문학책 등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제대로 마인드셋을 하지 않으면 아이가 모든 과정이 더 힘들겠구나.

힘든 과정이라도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행동하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일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엄마도 끝없이 공부해야겠구나싶었다.

또한 헤일리가 배우는 공부과정의 90%는 엄마인 내가 도와줄래야 도와줄 수가 없는 부분이 많았다.

에세이도 내가 공부를 새로 할수도 없고, 영어가 아이만큼 실력이 좋은것도 아니었고 , 그렇다고 비싼 과외 선생님만 모든 과목에 붙여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아이가 이수해야하는 것 중에 TOK(Theory of knowledge)라는 것이 있는데 어떤 철학적인 사안 중 본인이 골라서 그것을 자기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 도출해서 결론을 내는 에세이가 있다.

이 분야는 아이와 주제를 브레인 스토밍하고 주제를 선정하고 아이디어를 주면 아이가 쓰는 식으로

엄마인 나는 토론 친구가 되어주었다.

내가 공부한 게 어디 쓸데가 없는게 아닌게 이렇게도 쓰이는구나싶으니 대학등록금이 아깝지 않은 순간이긴하였다.

엄마가 되려면 끝도 없이 공부해야한다는 동기부여가 이때 생겨났던것 같다. 지금이라면 챗GPT에게라도 물어보겠건만 그땐 그저 전통적인 방법으로 인터넷 검색이나 책이나 논문등을 찾아보며 정말 엄마도 딸도 지식이론 사고를 넓히는 경험이 되었다.

어떻게 인생을 한번에 바꾸겠는가. 이렇게 노력하면서 아이도 엄마도 성장을 하는 것이지..

지금도 나는 새벽4시30분에 일어나서 책을 3시간 가량 본다.

나 스스로의 계발이 우선이지만, 아이에게 더 좋은 인생 멘토가 되어주기 위해서이다.

이건 나에게 새벽에 벌떡 일어나게 하는 크고 강한 동기부여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쉬운 날은 하루도 없었다.

1학년 2학기가 되니 본격적으로 2학년부터 시작되는 IB 디플로마 과정의 6과목을 선택해야하기에

문과쪽이냐 이과쪽이냐 선택을 분명히 해야만했다.

헤일리는 중학교때도 국제분야 입학도 국제 , 1학년때도 국제쪽을 생각하고 문과를 염두해두고있었다.


그런데...

이제껏 이과를 접해본 것은 중학교때 수업시간에 책으로만 배운 기본 과학이 다였고, 수학도 마찬가지로 문제풀이형식의 공부가 다였던 것이었다.

헤일리는 1학년때 외국인 화학담당 선생님과 함께한 실험도 하고 토론도 하고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른 사이언스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래서 과학 실험 학원들도 많고, 체험등을 많이 접해야하는구나싶긴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예상할 수 있겠는가?

사람의 마음은 과거와 다르게 미래는 분명 바뀔수가 있다.

헤일리는 결국 이과 과목들을 선택했다. 화학의 흥미를 느끼고 화학 분야를 선택하게 된거이다.


그래서 결국은 6과목 중 하이레벨 3과목은 수학, 화학, 영어B

스탠다드 레벨 3과목은 중국어, 국어, 경제를 선택했다.

죽음의 조라는 수학, 화학 하이레벨 조합은 이제 남은 헤일리의 2년의 고난을 예고라도 하듯이

떡하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 문과와 이과 선택도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안전한 곳에서 변화가 없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엄마도 아이도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변화를 선택한 것은

아이의 큰 결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때의 결정은 좋은 결과로도 나쁜 결과로도 이어졌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냥 안전하게 문과를 선택했을까?

이과를 선택했을까?

문과를 선택했다면 좀 더 편안하게 더 좋은 대학을 갔을 수도 있었다.

분명 그건 맞는 말이다.

고등학교때만큼 자기를 이겨내보고 역격에 도전해보고 성공을 노력한만큼 그대로 보상받아보는 시기가 또 있을까싶다.


헤일리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수학은 문제만 열심히 푼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고 여러 이론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풀어야하는 서술형태의 문제들이다. 복합적인 사고와 수학머리가 없다면 도저히 잘 해낼 수 없는 과목이다.

그럼에도 화학은 아이가 어렵지만 너무나도 흥미를 갖게되었고 졸업하고도 과외로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게한

아이에게 흥미를 갖게해준 과목이었다.

물론 지금은 화학관련 전공은 아니지만, 화학으로 대표 소논문도 제출할 정도로 논문 주제도 정하고 실험도 계획해서 제일 먼저 끝내고 지금 생각하면 대학생보다 더 훌륭한 과정을 잘 완성하였다.

이부분은 두고 두고 스스로에게도 뿌듯함과 성장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영어B는 영어란게 평소에 좀 더 한다고 성적이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하는 과목은 아니었다. 점수의 윗단계와 아랫단계가 점수 편차가 컸기때문에 아예 만점 전략보다는 그 밑에 점수로 안정권을 확보하는 기준으로 갔다.

그냥 꾸준히 영어를 읽고 쓰고 이게 다였다. 영어 A 는 영어원서의 개념이라면 영어B는 좀 더 실질적인 영어였기에 그나마 지금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었던 과목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과와 문과의 과목 선택이 그때는 아이의 인생의 길을 완전히 다른 길로 보내버리는 결정인줄로만 알았다.

그것도 그럴것이 배우는 과목이 다르고 점수가 다르고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전공이 다르기때문이다.

그런데 이걸로 무슨 아이의 인생 전체의 가는 길과 목표가 바뀌어질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조급하고 편협한 생각이었겄만

고등학교 학부모도 나는 첨이었고

아이도 고등학생은 첨이었고

이런 고등학교 수업과정은 첨이었던지라.

부족하고 조급하고 실수하고 엉성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실패도 맛보고 다시 다가올 무언가에 이 실패가 하나의 좋은 밑거름이 되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변화에 도전하고 새로운것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생각해도

헤일리는 큰 산을 넘어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어찌 어린 아이가 그렇게 강단있는 선택을 했을까.

아이의 어제보다 조금씩 성장하는 내일은 분명 이때부터의 노력과 두려움이 빚어낸 결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과를 선택하는 것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며

한번에 바뀌는 것도 아니다.

조금씩 발전하고 그 안에서 느끼고

하루에 한 계단씩 올라가면

영어도 잘 안되고

수학도 어렵고

외국인 선생님과도 어려운 것들도


언젠가는 조금씩 달라져있음을 이제는 아이도 느낄 것이다.


그때 선택한 문과에서 이과로의 변경은

아이에게 인생의 선택에 있어서 거의 첫 중요한 결정이 아니었나싶다.

인생은 이렇게 한번에 확 바뀌지도

바꿀 필요도 없다.


그 안에서 기회는 항상 있고, 어려운 난관 속 선택들을 잘 하기 위해

책도 읽고 성찰도 하고 실패도 하는 것이니까.


그때도 밤새 헤일리의 결정을 가슴 떨려했고 걱정했던 나에게

지나온 지금의 내가 말해주자면


인생은 그렇게 한번에 확 바뀌지는 않아.

한 걸음씩 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면 어떤 선택이든 원하는대로 갈 수가 있어.

너무 걱정하지말고, 부단히 목표를 향해 가면 불안할 것도 없어.

과정을 즐기고 힘들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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