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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쁜 이야기 Jun 15. 2022

하느님께 쓰는 편지.

2.  부르는대로 주는 사람이 바보라고.



누가 바본줄 알고

원피스 치맛단 자르고 소매 반팔 만들어

시보리 넣는데 만 8천원?


원래 2만원인데 그럼

5000원으로 깍아준다는 아저씨께

만 오천원주고

"이제 다시는 이 세탁소 안올거예요."

하고 말해버렸습니다.


엄마한테 수선비가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옷 맡기기전에 가격을 물어보지.

하셨는데

나는 기분이 계속 나빴습니다.


이젠 다른 세탁소 갈거야.

몇번 좀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아도

계속 부르는데로 줬더니

자기 마음대로 사람 보고

가격 부르나봐.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던데.

목욕탕 커피도 3000원이 4000원이더라...


아니야.

용서를 너무 많이 해주면

사람을 바보로 생각해.

이젠 세번만 용서 해줄거야.



수선한  원피스를 입고

집을 나오는데 우산든 내 팔목의

시보리가 참 예쁘게 박음질 된게 보였습니다.


안쪽을 까봤더니

두번 접어 실오라기 안나오게 박음질이 되었고

고무 밴드는 어떻게 넣어서 이렇게 티도 안나게

만들었는지... 나보고 하라면

... 당근... 못할일임을

보고 알았습니다.


글쓰는 것도 기술직이라고

누가 내 고료를 깍으면 기분이 나쁠 것인데

이런 기술로 촘촘히 박아 주신 아저씨한테

내가 생각한 수선비가 아니라고

다시는 안 올거라고 못된 말을 했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예쁘게 시보리를 넣으려면

무슨 기술과 정성이 필요한지도 모르면서

드르륵 치맛단 박아주는 정도의

수선비는 3000원

이라고 내 머릿속에 박혀 있었나 봅니다.


다시 찾아가니

세탁소 제봉틀 앞에서 지퍼를 수선하시는

아저씨 뒷모습.


쫌이라도 깔끔한 글을 쓰려고

책상에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과

닮았습니다.


아저씨께 사과하고

깎은 돈을 돌려드렸더니.

정성껏 박음질 했던 것을

오해 받은 서운함이 풀리셨는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한 건데..."

하시며 돈 안 줘도 된다고.

예쁘게 입으라고 했습니다.

또 올게요.

라고 말하고 세탁소를 다시

나오는데


원피스를 찾으러 갔을 때

잘 다려진 내 원피스를 뿌듯하게 보시며

만 8000원!

부르던 아저씨의 미소가 떠오릅니다.


왜 남의 옷을 보고 웃는거야?

저 옷이 (선물받은 거라) 고급지긴 하지.

1만 8천원?  덤탱이씌우려고?

여름 옷 2만원이면 사는데

무슨 수선비가?


전광석화처럼 내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간

나의 속물근성.


속에 든 감정과 생각이 많아도

한마디로  간결 깔끔하게 표현하고

끝내버리는  못된 성격의 나.


복잡구구절절끈적친근을 싫어해

한마디로 정리하고 일방적으로 끝내는 나.


나만의 오해를


삼키고

예쁘게 입고 다니라고 다시 웃어주신  아저씨


삼키고

세레나 안녕~ 웃어주신 신부님


삼키고

세레나 잘 지내? 안부 전화하는 언니들....


삼키고

오늘도 즐거웠어요~웃는 후배들...




하느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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