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쓰는 편지
3. 앞으로 며칠은 실컷 너를 생각해도 되겠지.
방학이 와서
한의원에 갔어요.
왼쪽 다리가 아플 때 찾았던 한의원을
3개월 만에 다시 찾아갔어요.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거기서는 성당미사처럼 긴장 되기 보다는
마음이 편안해져서
치료를 받을 때 마다
내 죽은 고양이가 생각나요. 하느님.
첫 사랑도
평생의 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나였던
내 고양이.
일주일을 몇차원으로 살고 있는지
나도 셀수 없을만큼 바빠서.
거기가면 자꾸 생각이 나니까
약해지지 않으려고
한의원 대신에 지압신발을 사신고 줄넘기를 하고
씩씩하게 나았는데요.
성당에 가도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전쟁중에 희생되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
벼랑끝에 매달린 이웃들.
을 위한 기도 앞에
차마 내 고양이를 꺼낼 수가 없어서요.
갑작스레 이별한 날
5일동안 울었고
또 울어도 모자란데
더 잘해주지 못한 것 밖에 생각안나는데
자꾸 그러면 안 되니까.
나처럼 약한 주인 만나서도
시크하고 든든하게 버텨주던 내 고양이처럼
나도 단단하게 살겠다 해놓고.
내 고양이처럼 나도
기쁨과 웃음과 밝음을 살며시 가져다 주는
교양있는 생명체가 되겠다 싸매놓고선.
오늘은 한의원에 갔어요.
방학이니까.
시라야.
앞으로 며칠은 실컷
너를 생각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