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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영 시
담쟁이 벽화
by
벼리영
Jul 25. 2023
너흰 벽을
기어오르지
바람처럼 맴돌았던 내 젊은 날의 물살을 보는 것 같아
벽면에 스며든 이글거리는 날빛
암적에서 탈출한 한 줄기 빛 같은,
팽팽히 길을 냈던 바다
벽은 바다의 숨처럼 뜨겁게 팔딱거렸지
뿌리로부터 전달되는 꿈의 크기는 달라 저마다 다른 색을 입고 너흰
벽에 그림을
그리지
벽면엔 온몸으로 상생하는 풍경이 자라난다
풍경은 누군가의 꿈도 되고 순순한 걸음이 되기도 하지
난 앞장서서 길을 닦았지만
벽은 난제 많은 도화지
물감의 농도를 놓친 수채화 같다
초록이 붉은 시간을 만나면
성공이라 불러도 좋아
꿈이 낡았다면 수선이 필요하지
조금만 더 힘을 내렴
속 끓인 시간만큼 입속에선 흙냄새가 날 거야
지워진 발자국과 무너진 꿈은 장벽이 아니란다
성공은 잔잔한 물거품과도 같은 거야
길은 붉게 타올랐지만 어느 날 그조차 물거품 된다 해도 낙담하지 말 것
어느 낡고 오래된 벽엔,
삭아 버린 뼈 내 기도 붉게 붉게 자라나 또
기워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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