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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벼리영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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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영 Jun 06. 2024

물음표


물음표




성글어진 시간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면 한 움큼씩 빠지는 것이 있어요

헝클어진 기억의 숱, 카락들


봉인된 한 권의 다난한 계절이 책갈피마다 저장되었죠


깊은 환청이 풍경소리를 밀어낼 때마다 먼 산이 고정되는 시선 밖의 사물들


웜에 벌레가 슬면 부호가 멈추고 자모가 굴러다녀요

감염된 프로그램 치료를 끝내야 했어요


해마가 기억을 수집하면 솟대처럼 솟아오르는 부호들

큰 글자가 까맣게 벽을 붙들고 기억이 흘러내려요

떠나지 않은 건 감정뿐, 슬픔이 물음표를 지웁니다


다리 사이로 물이 자주 흘러내려요

눈동자가 입술을 물고 시침을 뗍니다

희미한 엄마가 엄마라고 소리치네요

엄마인 적이 있었는지

울음이 딴 청을 피우는군요

물음표가 슬픔도 먹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날

몇 끼를 먹어야 허기가 채워질까요

피에타처럼 안겼어요

빨개진 눈이 물로 집을 짓고,


뻐꾸기 둥지를 떠나 종착역에 모인 사람들이 남은 시간을 손질하네요

힘찬 발길질, 무엇을 위해 지키려고 바둥거렸던 시절이 무표정으로 떠있어요


만져지지 않는 그리움이 배경으로 떠다녀요

물음표가 무지개를 기억하다 이내 삭제되었죠


초기화된 몸이 신생아처럼 헐렁해요



***


시작노트-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온통 물음표만 남게 된다면 어찌될까

어머닌 돌아서면 모르겠다 하신다. 선명해지길 바라지만 생의 이치는 자연의 이치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안다.

나또한 어느날 물음표만 남게될 날이 올지 모른다

그전까지라도 최선을 다하는 삶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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