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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벼리영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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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영 Jun 29. 2024

단단한 바닥



 

정오가 녹기 시작했다


하방을 그려왔던 그래프가 멈춘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는 그로기 상태


믿음이 가닥가닥 뜯긴 철근처럼 철거되고 있다


옳게 날아보지도 못하고

목줄이 묶여 버린 남자가 운다

얼었던 응어리가 쏟아진다


달려도 달려도 바닥이었던 것들이 소리친다

 

붙박이 생으로 산 주목나무가 그랬을까  수백 년을 통째로 삼킨 죄가 접신 된 듯

풍경 속에서 울었던 밑바닥


뱀 허물 같이 거칠고 배배 꼬인 적나라한 발의 시간


화롯불 같은 뜨거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래프는 늘 아래로 향했고 그건 기술적 반등에 불과한 것이었을 뿐


위로의 말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햇살에 젖은 아이들이 속살거린다


바닥도 노련해지면 꿈이 솟는다고




2024.7월 모던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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