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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벼리영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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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영 Dec 06. 2024

추락하는 둥지에서 봄을 찾는다

창작시

봄이 사라졌다


누군가 봄을 숨겼다


불안이 행복을 물고 있는 정원


얼마나 많은 유혹이 있었는지


화려해서 벽이 생기고 가난해서 실금이 돋는다


둑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죽는 꿈이 잠을 깨운다


벗어나야 해, 꿈을


아이는 울지 않았다


잠들면 습기와 벌레가 신발 속으로 들어가 둥지를 틀었다


가난이 가난을 풀무질하는 골목은 고양이들의 나라


비명이 이어진다


밤을 구워버리고 싶다


죽음이 삶을 훔쳐갈 때마다 생기는 욕구


살고 싶다


가령 구두를 신는데 바퀴벌레와 내가 서로 소스라친다거나


숫자가 정지된 달력이 부스럼처럼 붉고 동그란 상처를 달고 있을 때


달아나기 전에 흉곽에 숨겼던 봄을 찾아와야 해


벗어났다, 다시


가나안 땅으로 가는 이정표 밑 수선가게가 있다


구두를 말려 수선한다


나를 줍고 나를 깁는다




2024. 12월 모던포엠 발표시

*********


시작노트



살면서 힘든 일은 수시로 일어난다.


잘 살았던 어제가 있었다면 궁핍해진 오늘은 더 견디기 힘들 것이다.


날개가 접혔다고 생이 끝난 건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 낸다면 반드시


날개를 펴고 힘껏 날 날이 다시 올 거라는 희망 메시지,


그런 날을 위해 정체된 내가 아닌


나를 성찰하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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