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앞에서는 언제나 아이입니다
토요일 늦은 오후,
훌쩍 고향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그 순간 문득, 세월 앞에 어느새 늙으신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평생 큰소리 한 번,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으시던 어머니.
자식들을 위해 온 생애를 바치고,
큰아들이 잘 되어야 집안이 선다며 늘 힘을 주시던 어머니.
당신의 해맑은 웃음이 그리워
발길은 자연스레 어머니께 향했습니다.
내 나이 칠순이 다 되었건만,
당신 앞에서는 여전히 어리광스러운 아이일 뿐입니다.
내가 태어나고 뛰놀던 마을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파트만 들어섰습니다.
산과 밭, 논과 개울은 자취조차 없고,
병정놀이하던 소꿉친구들도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어머니,
옆 동네에 둘째 아들이 살고 있지만
며느리 눈치가 보여 팔순이 훨씬 지나서도 혼자 사신 다하십니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 깊고 넓은 어머니의 마음을.
무뚝뚝한 큰아들이 무슨 말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날 밤, 하고 싶은 말이 끝없이 쏟아져
밤이 새는 줄도 몰랐습니다.
어머니와 밤을 지새워 긴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 서울로 유학 와
당신의 바람대로 집안의 기둥이 되려 했지만
그 꿈을 다 이루어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할 뿐입니다.
이제 뒤돌아보니,
펼쳐진 길도 있었고 손에 잡힐 기회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험난한 길만 고집스레 걸어왔는지…
그러나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남은 생애는
어머니가 살아오신 길처럼, 보여주신 대로,
싫은 소리 없이, 화내는 일 없이,
좋은 말만 하고, 좋은 마음만 품으며,
형제간 우애 있게 살겠습니다.
어머니,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제 곁에 계셔주십시오.
20**년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