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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천에서

by Pelex

― 삶의 자리에서 다시 배우는 순리

100년 만의 폭우가 아쉬웠던지
막바지 늦더위가 폭염으로 기승을 부린다.

늦깎이 직장생활.
부딪치는 일도 많아 처음엔 버거웠지만
부자연스러웠던 것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웬만한 일들은 이제 그러려니 하며
잘 적응해 간다.

폭우에 휩쓸려 무너진 가옥,
뒤집힌 콘크리트 도로.
그 경안천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그런데 강가에 새로 피어난 벼 이삭들이
수줍게 고개를 든다.
참 곱고 정겹다.
어린 시절의 살가운 기억이 스민 듯하다.

세상을 산다는 게
왜 이리 각박한지….
지난해 친구 문병을 다녀온 뒤
그 친구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우리, 제 발로 걸어 다닐 때
얼마나 더 자주 만날 수 있을까.

한 번이라도 더 전화하고,
한 번이라도 더 만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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