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다들 노후가 준비된 줄 알았다.

by Pelex

다들 노후가 준비된 줄 알았다.
그러나 직장 30년의 퇴직 이후, 살아가야 할 날들이 그보다 더 길다는 사실 앞에 우리는 망설인다.

명퇴한 어느 명동의 프랜차이즈 유명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은
장사를 시작하기 전, 무려 여섯 달 동안이나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면면은 물론 발걸음 수, 속도, 시간대별 흐름까지 세밀하게 기록했다 한다.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에도 불구하고
이익은 투자금의 10%는커녕, 매출액의 10%, 4~5백만 원 밖에 않된다. 한다.

이처럼 자영업은 쉽지 않다.
이 나이에 무턱대고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월을 투자하는 수밖에는…

돌아보면 젊은 날의 회상이 잦아진다.
남은 날들이 지나온 날보다 짧아졌다는 두려움이 마음 한켠에 있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 속에서
외로움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추억을 어떻게 가꾸는지,
그리고 고독의 의미를 배웠기에
이제는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다.

知天命의 나이에
다른 이들과 함께 꿈을 이야기하고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는 이유도 그 덕분일 것이다.
삶의 풍파 속에서 익힌
스스로를 추스르는 부지런함 덕분에
아직은 누군가를 따뜻하게 껴안을 수 있는 온기가 남아 있다.

그래서 여전히,
기꺼이 함께하고픈 이를 찾는다.
하지만 정작 내가 다가가고 싶은 이들은
더 가까이 하고 싶어도, 더 잘하고 싶어도
선뜻 마음을 열지 않아 안타깝다.

그래도 나는,
뼛속까지 비우고
가슴을 활짝 열어
진심어린 마음으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

더 깊고, 더 의미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지금,
서로를 있는 그대로 믿고,
받아주고,
껴안을 수 있는
따뜻한 관심과 배려 속에서
남은 시간들을 보내고 싶다.

오랜 삶 동안 두르고 살아온 베일을 훌훌 벗고
자존심이 아닌 자긍심으로
꿈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이제 다음 주, 나는 또 한 번 여행을 떠난다.
이십여 년 동안 해마다 두세 번 여행을 다녀왔지만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하지 못하는 그 허전함.

그 시작은…
2007년 5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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